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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8 - 친절하지 않은 방
    극장에가다 2007. 8. 10. 14:06
    스포일러 있습니다. :)


       <1408>을 봤다. 나는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건지 난감했다.


       마이크 엔슬린(존 쿠삭)이라는 공포소설 작가가 있다. 그는 작품을 위해 유령이 나온다고 소문난 모텔이며 호텔을 다 돌아다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이 쓰는 초현실적인 그것들을 믿지 않는다. 어느날 돌핀 호텔 1408호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엽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돌핀 호텔의 매니저 제럴드 올린(사무엘 L.잭슨)이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조리 죽었다며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마이크는 이를 거부하고 1408호에 들어간다.

        결국 매니저의 말이 맞았다. 60분이라는 카운터가 시작되고, 마이크는 이 방 안에서 철저하게 갇혀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건너편 아파트에는 자신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자신의 얼굴을 한 누군가가 보이고, 갑자기 뜨거운 물에 손이 데이고, 방에 물이 쏟아지기도 하고, 방 안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환영이 보인다.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이 1408 방의 존재다. 이 영화의 공포의 상대는 이 방이다. 귀신도 살인마도 아닌 이 방을 상대로 마이크는 싸운다, 아니 온전히 당한다는 말이 맞겠다. 물론 이 방이 보여주는 건 마이크 내면의 공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가 철저하게 외면해왔던 것, 초현실적인 어떤 것도 믿지 않고 냉랭하게 변하게 된 이유, 딸의 죽음. 딸의 죽음 이후 마이크는 현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뉴욕에 있는 아내로부터 도망쳐서 LA에 정착을 했고, 초기에 썼던 괜찮았던 류의 작품들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 자신은 전혀 믿지 않지만, 남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믿을 무서운 호텔/모텔 10따위나 쓴다. 1408 이 죽음의 방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너무 사랑해서 힘들었던 죽은 딸을 만나게 된다. 이 방들은 이런 것들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 방의 존재는 뭘까? 사후세계? 죽음으로 이르는 길? 매니저는 저승사자고? 아니면 마이크 자신이 철저하게 이루어낸 자신의 공포 세계? 이 영화에 반전이 있다고 해서 혹시 이 방이 철저하게 마이크의 마음에서 비롯된 허구의 공간이며, 결국 기가 막힌 공포소설을 완성하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이 방은 이 방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 마이크가 마지막에 불을 지를 때, 거기에 대고 너는 악마라고 소리지를 때, 그리고 매니저 제럴드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마이크, 잘 했어.'라고 읊조릴 때, 나는 이 방이 이 방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던거구나 생각했다. 이 방이 특별히 공포스런 이유는 들어오는 사람의 내면의 공포를 끄집어내서 철저하게 1:1 서비스로 공포를 제공하는 거다. 영악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아, 모르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헷갈려서. 영화 보고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결말에 대해서 많이 찾아봤는데, 많은 종류의 해석이 존재했다. 결국엔 만들어진 영화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니깐 어떤 식의 해석이 틀린 건 아니다.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1408 악마의 방처럼 1:1 서비스를 해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원작을 읽고 싶은데, 아직 국내 출간이 안 됐다. 영화 보고 책을 읽으면 뭔가 분명해질 것 같은데. 아무튼 <1408>은 결코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기담>에 이어서 올해 본 색다르고 괜찮은 공포영화였던 것 같다.  


    알고 봅시다 - 1408
    익스트림 무비의 글. <1408>의 뒷얘기라고나 할까? 흥미로운 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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