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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스트 호텔
    여행을가다 2017. 10. 16. 17:04
























       우리는 밖에서 맥주 한 캔씩 하고 들어와 차례로 씻었다. 큰 침대 하나와 소파 하나라 잠자리를 정해야 했는데, 모두들 소파에서 자고 싶어했다. 사다리 게임을 했고, 결국 친구와 내가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나는 꼭 욕조를 이용해보고 싶다고 우겼는데, 친구들이 그러라고 했다. 욕조에 창이 있었다. 낮에는 밖이 훤히 보여 근사했는데, 밤이 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라. 욕조용 소금이 있어 잔뜩 녹여 몸을 담궈 보았다. 씻고 나와 소파 위와 아래에 앉아 티비를 보며 맥주를 한 캔씩 더 마셨다. 외국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와 여행하는 프로를 하나 봤고, 남자와 여자들이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물며 짝짓기 게임을 하는 듯한 프로도 하나 봤다. 운전하느라 피곤했던 s는 두번째 프로가 시작되자 골아 떨어졌다. 나는 막판에 거의 졸았고, 친구는 끝까지 봤다. 티비도 끄고, 불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친구가 방금 커플이 된 남자를 검색해봤는데, 직업이 변호사였어, 라고 말했다. 친구 말로는 내가 와, 라고 말하더니 바로 잠들었단다. 다들 소파에 자고 싶어했던 건 잘못된 거였다. 침대에 눕자마자 나는 그 매트리스와 사랑에 빠졌다. 와, 이렇게 편안한 침대라니. 다음날 소파에서 잔 s에게 침대에 누워 봐봐, 장난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정말 그 침대 매트리스를 가져오고 싶었다.


       9월의 첫날, 우리는 셋은 함께 교토에 가기로 했다. 친구와 나는 오랫동안 돈을 모았는데, 그 돈이 꽤 되었다. 공연을 보자고 시작한 거였는데, 모아지기 시작하니 아까워 좀더 많이 모아 여행을 가자고 했다. 이제는 나의 친구이기도 한, 친구의 한살 어린 친구 s가 중간에 합류하면서 계획이 구체화됐다. 이름하야, 육아휴직 복직기념여행. 친구는 그동안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고, 6개월동안 육아를 했다. s와 나는 계속 그냥 있다. 하하. 친구의 복직을 앞두고 가까운 데로 2박 3일 정도 다녀오기로 했는데, 그곳이 교토였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셋다 조식 매니아여서 숙소는 호텔로 잡고, 관광지는 최소한으로 가고,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오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s 회사의 연내 가장 큰 프로젝트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다. 그렇지만 친구의 복직을 앞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기가 그래서 가까운 인천의 호텔에 하루 묵고 오기로 했다. 조식도 맛있고, 해가 뜨는 걸 방에서 볼 수 있다는 네스트 호텔로 결정. 여행날은 더웠고, 미세먼지가 그득했다. 우리는 조개구이를 먹고, 호텔방에서 뒹굴가다 산책을 하고, 월미도엘 가고,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라고 해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먹었다. 그러다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오래전 일제시대 건물들을 복원해 카페 등으로 쓰고 있는 거리였는데 꽤 근사했다. 많이 추운 날 다시 오고 싶었다. 길을 걷다보니 흑백사진관이 있어서 셋이서 사진도 찍었다. 당시에는 별 거 아닌 일들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근사했네. 우리들의 1박 2일이.


       아침에 화장실을 간다고 1층 로비로 내려왔는데, 내려온 김에 사우나에 들렀다. 네스트 호텔 사우나가 꽤 괜찮았는데, 그리 크지 않지만 쾌적했다. 샤워하는 공간에 칸막이도 잘 되어 있고, 노천탕도 있었다. 앞은 거의 막혀 있고, 하늘만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른 아침시간이라 조용했다.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공기는 조금 쌀쌀했다. 엄마와 여자아이가 탕에 들어와 곰이 들어간 동요를 부르며 놀다가 나갔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 이른 새벽 시간에 오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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