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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 목욕탕
    극장에가다 2017. 8. 27. 22:57




        이번 주말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원래는 아침시간에 진관사에 가거나, 상암에 가 조조영화를 보거나, 저녁 늦게 역촌에 가 좋아하는 우유식빵을 사오는 일 등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 요즘엔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외로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출퇴근은 열심히 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 달라진 파주의 공기와 노을과 밤공기에 새삼 가을이란 녀석이 다가오고 있구나 느낀다. 이번주에는 회식도 했다.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하며 드물게 2차까지 갔다. 셋이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왔는데, 자유로를 타고 공덕까지 오는 밤풍경이 아주 근사했다. N씨는 어디선가 본 외국의 어디 같다고도 했다.


        어제는 집에서 <행복 목욕탕>을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좋았다. 완전 막장 스토리인데, 그걸 담백하고 따스하게 풀어냈다. 시한부 판정, 도망간 남편, 왕따, 배다른 자매 등. 이야기만 들으면 딱 보기 싫은 막장인데, 시작한지 얼마 안 가 아, 좋다, 생각이 들더라. 여러 복선들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뒷이야기로 이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영화가 품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도 좋다. 극장 개봉했을 때, 제목을 보고 너무 착한 영화일까봐 안 봤는데, 후회가 될 정도. 여유있는 금요일 저녁에 한적한 상영관에 들어가 혼자 영화를 보고 눈물도 흘러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주 따뜻한 밤이 될 것 같은 그런 영화다. 감독은 꼭 혈연관계로 엮이지 않아도 좋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다 해도 그건 수증기처럼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남긴 길고도 짧은 인생이라는 이정표를 마음에 되뇌이게 되는 것.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을 내는 것.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나는 영화를 이렇게 이해했다. 물론 떠나간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좋은 사람들이어야 하고. 원래도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다가오는 계절에 좋은 사람들과 샤-부샤-부 소리 내면서 샤브샤브를 오래 먹어 보아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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