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나 실패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 하기도 했고, 계획했던 곳을 못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여행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에피소드만 일어나지 않기를.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는데, 처음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이 긴긴 여행을 떠나게 된 순간 그에 손에 들린 게 책 한 권과 기차표 하나였다는 것. 두번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등 하나 켜두고 두꺼운 책을 긴 비행 내내 읽던 서양인 청년. 세번째는 리스본 테주강에서 이어폰을 끼고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던 동양의 여자아이. 가서 쓰라고 차장님이 주신 용돈, Y씨가 생일선물로 주려고 고민했던 축구표, 우울할 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봉투에 유로를 넣어준 동생의 남자친구, ​포르투갈에 이어 바르셀로나 여행에도 배웅을 나와준 보경이, 산과 바다, 도시가 있는 완벽한 여행지라고 나를 바르셀로나로 이끈 혜진언니까지,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고 출발한다. 어제 나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언니를 반갑게 만나는 꿈을 꿨으며, 오늘 아침에는 외로울까봐 잔뜩 챙겨넣은 책들 때문에 너무나 무거워 휘청거리기까지한 캐리어를 계단 밑으로 들어다준 고마운 청년을 만났다. 그래, 좋은 여행이 될 거다.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새 칫솔과 새 치약을 샀고, 새 엠피쓰리플레이어도 샀고, 새 책과, 새수 첩, 새 수분크림과 새 옷을 샀지만, 그래, 괜찮을 것이다. 돌아와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 그럼, 지금까지의 걱정을 접어두고 다녀오겠습니다아.


  1. 오혜진 2017.06.21 14: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금령씨! 오늘 출발인거에요? 와아아- 지금쯤이면 비행기 안에 있으려나? 내가 다 설레요-
    분명 좋은여행이 될 거에요-
    좋은것 많이 보고, 많이 먹고, 좋은 추억 가득 만들어 와요-
    조심히, 건강하게,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늘 기도할게요-
    다녀와서 만나요~~

  2. 2017.07.13 21: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17.07.14 23:45 신고 BlogIcon GoldSoul

      아, 오랜만이에요. 혜진씨-
      내가 아는 혜진씨들이 정말 많다. :)
      그렇게 오래된 거예요? 시간이? 벌써 아가가 3살이라니- 축하해요! 와와-
      사실 혜진씨 댓글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혜진씨가 아이를 낳는 4년여의 시간동안 나는 무얼했나 하는 거였어요. 요즘 애기 가진 친구들 보면서 가끔씩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있거든요. 암튼 와, 건강하게 태어나서 예쁘게 재롱부리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여행기는 거의 쓰질 못했는데, 잘 찍진 못했지만 이국의 풍경들을 보아주어요.
      반가워요, 편지 보내주지 그랬어요. 가끔 흔적 남겨줘요.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