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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극장에가다 2017. 4. 10. 21:31



       감상평을 잘 쓰고 싶었는데, 벌써 2월의 일이네. 결국 아끼다 똥 되는 건 순식간의 일. 아마도 짧은 평을 보고 갔던 것 같다. 좋아하는 미셸 윌리엄스가 나오니 좋겠다 싶었다. 내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건장한 한 남자가 건물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건조하디 건조한 생활을 해나가는 걸 보여준다. 여자들이 유혹을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동네 펍에서 맥주를 마시다 괜히 자기를 힐끔거리는 남자들에게 가 주먹질을 한다. 밤새 폭설이 쏟아지고 아침에 눈을 치우고 있던 남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형이 위독하다는 것. 남자는 곧바로 출발한다. 형이 있는 도시로. 그 곳은 한때 남자가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머무를 수 없는 곳,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 제목은 그곳 도시의 이름이다. 영화는 남자가 그곳, 한때 무척이나 행복했던, 그곳으로 돌아가 보내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4월. 아직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아직까지 나의 올해 최고의 영화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일들은, 남자가 다른 도시에서 잡역부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게 해준다. 남자의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폭력적인 모습이 점점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음 속에서 펑하고 폭탄이 터진다. 나는 남자의 마음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마음이 아파서, 너무 아파서 눈물이 자꾸만 났다. 손을 뻗어서 남자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괜찮다는 말은 못하겠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지옥의 한 가운데 자신을 가둬놓고 남은 생을 살아가려는 남자. 영화는 이 남자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나란히 걸어가며 끝난다. 2월의 어느 밤, 나는 평일의 극장에서 소리까지 내가며 펑펑 울다가 나왔다. 한참을 울고 나니 괜찮았다. 남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 "Why can't you stay?" 마음이 아파 다시 보진 못하겠고, 남자의 마음을 가끔 꺼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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