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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속 5센티미터 - 감수성의 과잉
    극장에가다 2007. 7. 28. 03:49
       너무나 감성적인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처음 봤을 때를 잊지 못한다. 영화는 고작 몇 분이였는데 여운이 오래갔다. 신카이 마코토이기때문에 볼 수밖에 없는 <초속 5센티미터>. 역시 감수성의 과잉이다. 이 사람은 지금껏 어떤 사랑을 해 왔을까?


    너를 사랑하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1화와 3화에 등장하는 다카키와 아카리. 사실 처음엔 중학교 1학년이 이런 감정들을 가지는 게 가능한거야, 라며 이입이 잘 되지 않았지만 내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보건데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사같은 배경들 속에서 만화같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다카키와 아카리. 초등학교 단짝이였던 두 사람이 전학때문에 헤어지게 되고, 중학교 1학년 때 긴 눈발을 어렵게 뚫은 전철을 타고 단 한번 재회를 한 뒤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지낸다는 이야기랄까? 적어도 다카키 입장에선 분명하다.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연락이 끊겨버려도 언덕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일몰을 볼 때마다 함께 있다 느끼며 그리워할 수 있을까? 매번 보낼 수도 없는 문자메세지를 버튼 꾹꾹 눌러가면서 써보는 그리움이 존재할까? 10년이 지난 후에도 이 큰 도시 어디선가에선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그런 그리움이 가능하다는 걸까?

       이번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분명히 느낀건데 신카이 마코토, 이 분 대단히 오래된 그리움이 존재하는 사람인 것 같다.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진다는 벚꽃의 사랑을 닮은 사람이 분명하다. 


    너를 잊어가는 속도, 시속 5킬로미터.

       2화에 등장하는 카나에. 카나에는 다카키를 몹시 짝사랑한다. 늘 다카키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 우연인 것처럼 가장해 스쿠터를 타고 함께 귀가하고, 편의점에 들러 우유를 함께 마시고, 다카키의 말 한마디에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을 얻는 카나에. 하지만 항상 다카키의 옆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걸 안다. 둘이 나란히 걷고 있어도 셋이 걷는 듯한 기분, 바람을 함께 맞는 얼굴이 둘이 아닌 셋이라는 것, 그것이 카나에를 슬프게 한다. 함께 길을 가다 갑자기 눈물을 터뜨려버릴 정도로 서러움. 짝사랑해본 사람들은 알지. 그 사람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아니라는 직감은 어찌나 빠르고 정확하게 내게 전달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구질구질한 감정들.

       2화의 배경이 되는 섬이 실제로 있단다. 타네가시마 섬이라는데. 편의점이며, 스쿠터 보관대, 카나에가 파도타기하던 해변, 바람이 불던 언덕에서 보이던 풍차, 그리고 근처에 실제 로켓 발사대가 있는 우주센터가 있단다. 여기 클릭하면 볼 수 있음. 아, 가고 싶어졌다.      

    http://j2k.naver.com/j2k_frame_sitechk.php/korean/www.eurus.dti.ne.jp/~nagi/makotomeguri6


       아까 검색하다가 일본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 수첩 한 귀퉁이에 적어두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께 묻고 싶다. '감독님, 사랑을 몇 년 쉬셨습니까?' 왠지 현재진행중이거나 오래되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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