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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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먹방여행을가다 2015. 11. 22. 09:27
2015년 7월 8일 수요일에 먹은 것들. 이걸 먹기 위해서 볼량시장에 다시 갔다. 정어리 구이. 시장 한 켠에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는 식당이 있었다. 이 날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모자를 벗고 메뉴판을 봤다. 사르디나와 맥주를 시켰다. 옆에 외국인 아저씨도 혼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음식 한 접시를 아주 맛있게 드셨다. 정어리 구이는 생각했던 딱 그런 맛이었다. 맛있었다. 다시 먹고 싶을 만큼. 감자도 맛있었고, 샐러드도 맛있었다. 한 접시 깨끗하게 비우고, 맥주 한 병을 더 시켜 마셨다. 든든한 점심이었다. 불량시장에서 친구들 선물도 잔뜩 샀다. 앞치마도 사고, 조그마한 포르투갈 술도 사고, 내가 먹을 맥주도 샀다. 동생에게 줄 와인도 사고, 정어리 마그네틱도 사고, 재물의 상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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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라만차무대를보다 2015. 11. 16. 23:16
10월의 연휴에 돈 키호테를 만나러 갔다. 그는 여전히 황량한 라만차를 떠돌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어김없이 사랑에 빠졌다. 허름한 여관에서 '알돈자'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를 만났다. 돈 키호테는 노래했다. 당신은 '둘시네아'라고. '둘시네아'는 스페인어로 '사랑스러운 여인', '귀여운 여인'. 알돈자는 그를 무시했다. 이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화를 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몸을 팔고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신은 알돈자라고. 하지만 돈 키호테는 계속해서 노래했다. 그에겐 이 허름한 여관이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는 고귀한 성이었고, 촐싹대는 여관주인은 자신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줄 고마운 성주였고, 모두가 한번 하고 싶은 헤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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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불금모퉁이다방 2015. 11. 14. 00:01
이번주는 정말 힘들었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이번주와 같은 하루하루가 펼쳐진다고 하면 나는 포기. 정말 포기. 비가 내리는 13일의 금요일에, 칼퇴를 하고 동네로 와 운동을 갔다. 카드를 찍으니 컴퓨터 화면에 11월의 출석표가 나왔다. 트레이너가 보더니 깜짝 놀란다. 이번 달에 처음 오신 거예요? 회사가 바빠서요, 라는 핑계를 대고 운동을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결국 내게 다가와 잘 나오겠다는 다짐을 받고 갔다. 오늘은 더 열심히 뛰었고, 더 열심히 기구를 당겼다. 스트레칭도 더 열심히 했다. 땀도 많이 흘렸다. 13일의 금요일에는, 더군다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불금에는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대로 집에 와서는 옷만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일본어 녹음 숙제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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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클레리구스 탑여행을가다 2015. 11. 11. 23:41
클레리구스 성당 & 탑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클레리구스 탑과 성당은 포르투의 랜드마크다. 1754년 클레리구스 형제회를 위해 포르투갈에서 활동했던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화가인 니콜라 나소니가 10년 동안 지었다. 도시 최초의 바로크 양식 건물로 지어질 당시에는 포르투갈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했다. 75.6m로 나선형 계단을 15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도우루 강과 올드 시티, 빌라 지 오바 가이아의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탑을 오르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적은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p. 127 * 여행을 가기 전, 여러 친구들에게 좋은 노래들을 추천받았다. 누군가는 잠들기 직전에 들을 노래를 추천해줬고, 누군가는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가장 좋은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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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도우루강여행을가다 2015. 11. 8. 15:37
화요일 밤에는 도우루 강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숙소에서 쉬다 배가 출출해지자 길을 나섰다. 나무가 많은 공원을 지나갔는데, 곳곳에 조각상들이 있었다. 멀리서 뒷모습만 봤을 때는 쓸쓸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가 표정들을 보니 즐거운 거였다.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표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러니 즐거워지더라. 강가로 가기 위해 낯선 골목길을 걸었다. 해가 스물스물 지고 있어서 골목길의 풍경이 근사했다. 그리고 강을 옆에 두고 식당가까지 한참을 걸었다. 어딘지 감이 오질 않고, 혼자이다 보니 좀 무서워서 발길을 서둘렀다. 걷다보니 식당가에 도착. 초코슈님이 추천해준 식당이 있어 가 봤는데, 만원이더라. 혹시나 해서 자리가 있나 물어봤는데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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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한낮여행을가다 2015. 11. 4. 00:04
미술관에서 배를 채운 뒤 크리스털 궁전 정원까지 걸었다. 가이드북의 설명. "바다로 뻗어 나가는 도오루 강 하류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정원의 건물은 16세기에 스포츠 경기장으로 사용되다가 19세기에 철 구조물과 유리를 보수해 크리스털 궁전으로 불린다. 지금은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위해 사용된다. 붉은색의 벤치와 싱그러운 가로수길, 푸른 강물, 고혹적인 공작새들 덕에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공작새는 영원과 불사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크리스털 궁전 정원을 걸어다니다 영원과 불사의 상징을 보았다. 공작새는 궁전을 마당 삼아 고고한 자세로 느긋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공작새를 발견하고는, 신기했지만 조금 무서워서 먼 벤치에 앉아 바라봤다. 그러다가 조금 더 가까이 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