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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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서재를쌓다 2014. 9. 28. 22:01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 이런 시들에 포스트잇을 하나 둘 붙이다 시집이 포스트잇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박웅현은 이렇게 말했단다. "처음 읽고 줄 친 게 열 개였어요. 그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 개로 늘구요. 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 그런 책입니다." 아, 나는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게 되면 시집 전체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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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인한 달서재를쌓다 2014. 9. 27. 16:12
여름의 시작 즈음, 내게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 곳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곳. 이름하야 스리 파인스. 조용하고 평화롭고 화목해보이던 이 작은 마을에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사연이 있어 폐가가 되어버린 저택 안이었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교령회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교령회 도중 갑자기 죽어버렸다. 공포에 질린 채. 모두가 심장마비일 거라 추측했지만, 마을에 나타난 그는 그녀가 살인을 당한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수사를 진행한다. 그는 바로 가마슈 경감.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 옆에 있으면 어리석고 서투른 존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하지만 가마슈 옆에 있으니 온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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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극장에가다 2014. 9. 20. 22:12
를 보고 캄보디아로의 여행을 꿈꾸다 마침내 다녀온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까지 를 제대로 못 봤다. 매번 틀어놓고 왠만큼 보다 잤다.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그 사람 글을 읽고 영화 속 캄보디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다시 시도했지만, 그때도 잤다. 늘 늦은 밤이었고, 술을 한 잔씩 한 날이기도 했다. 9월의 휴가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주변을 정돈하고 소파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무료영화 코너를 뒤적거려 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보았다. 속 캄보디아를. 그곳은 아주 쓸쓸했다. 한때의 영광따위. 양조위는 돌 틈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었다. 거기에 자신의 비밀을 묻었다. 비밀은 틈을 메꾸며 잘 자라날 것이다. 오래 머무는 이 없이 쓸쓸한 그 곳에서 홀로. Ss는 백수 시절,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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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원주와 홍천, 춘천 사이여행을가다 2014. 9. 18. 20:26
한달에 한번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해보자, 라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8월에 내가 한 일은 홍천의 오션월드에 간 일.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래서 여름의 제주에서도 한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도 다들 물놀이 하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겠노라 선언했던 내가, 물놀이를 한 것. 야외의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겼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도넛 모양의 풀장 어디서든 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하고는 파도를 찾아 다녔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해가 지는 하늘을 올려다 본 것도 8월에 한 일. 안으로 갈수록 발이 점점 닿지 않았던 파도풀에도 도전했지만, 무서워서 얼마 못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떠나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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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서재를쌓다 2014. 9. 15. 22:37
어른이 되고 경주를 세 번 갔다. 한 번은 무더운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불국사 길을 걸었다. 한 번은 추운 겨울에.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문무대왕릉을 보러 갔다. 그리고 올해 늦여름.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날, 경주에 있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양동마을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왔더니 딱 때를 맞춰 이 책이 출간되었다. 마침 옛다, 읽으렴, 이라는 듯. 세 번이나 다녀왔으니 경주를 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나는 아직도 경주를 모른다. 하긴 소개팅을 해도 세 번을 만나고 더 만날 사람인지 그만 만날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이제 나는 겨우 경주의 마음에 든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더 친해질 일이 남았다. 깊어질 일만 남았다. 때론 토라질 일도 있겠지만.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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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극장에가다 2014. 9. 14. 22:48
'기승전결 중에 기승만 있는 영화'라는 누군가의 평을 영화를 본 뒤에 봤다. 완전 웃었다. 맞다. 이 영화에 딱 맞는 표현! 극장에서 우연히 본 예고편이 재밌어서 개봉하면 봐야지 생각했다. 감독에 작가라고 해서 더 기대했는데. 흠. 졸업 후 취직을 하지 않고 빈둥대고 있는 여자아이의 가을, 겨울, 봄, 여름 동안의 이야기이다. 예고편에서 느껴진 스토리는 힘을 내서 으샤으샤 희망적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실제 영화에는 커다란 변화는 없다. 주인공이 슬쩍 잠이 들었는데, 깨서 그런다. '아, 집이었네.' 대지진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영화에서 아빠가 매번 요리를 한다. 주인공은 아빠가 집에서 쓸데없이 마지막에 파슬리를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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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극장에가다 2014. 9. 11. 22:18
그의 우직하고 건강한 청춘을 보면서, 내 지나간 청춘이 그리웠다. 내 청춘도 솔직했었다. 내 청춘도 어느 날은 실패 투성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튼튼하고 유쾌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안나라면 만섭이랑 사귄다! 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시도때도 없이 우는 김소연을 보고 좀 주책이다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렇다. 이 유쾌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두어 번 훔쳤다. 반짝반짝 빛나라, 청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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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4. 9. 9. 22:08
8월 1일의 하늘. 달도 있고 해도 있고. 근사하다. 여유로운 아침에는 드립. 빕스에 또 갔다. 그런데 여긴 연어가 없었다. 흑. 선물받은 세 가지. 생일 때 받은 선물을 아끼고 아끼다 8월에 처음 켰다. 사랑합니다, 양수면옥. 여긴 사실 고기가 아니라 청국장이 진리. 정말 진리. 여름에 캘리그라피를 배우러 다녔다. 전시회에도 갔다. 어제의 시간. 이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식당은 돈까스와 된장찌개에 밑반찬도 준다. 외국인 가족 손님도 있더라. 광화문의 새로운 맛집 발견. 바다도 보고 조개구이도 먹으려고 오이도에 갔는데, 결국 회만 먹었다. 바다 대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걸 봤다. 그 날의 노래방. 던킨에서 제일 좋아하는 빵. 제천/홍천 여행의 최후. 캘리 수업이 끝나고 Y언니랑 자주 갔던 타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