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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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서재를쌓다 2014. 8. 31. 22:29
하와이로의 여행을 꿈꾸게 됐다. 훌라춤은 어디서 배울 수 있나 검색해봤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진정한 훌라춤의 의미를 알게됐다. 훌라는 하와이의 자연을 표현하는 춤이었다. 하와이의 바다, 하와이의 바람, 하와이의 파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여행한 하와이의 이곳저곳,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 하와이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예쁜 책이다. 작가의 친구가 찍은 사진이라는데, 사진들이 참 좋다. 에메랄드 빛 바다 속, 해질녘의 환상적인 노을, 해진 후 근사한 밤의 풍경이 글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마지막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말한다. "여러분도 인생을 사랑하세요. 단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잊힐 만 할 때, 하와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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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극장에가다 2014. 8. 30. 16:07
지난 수요일, 신경주역에서 기차를 타기 전 맥주 한 캔과 쥐포를 샀다. 신경주역과 동대구역 중간 즈음 맥주캔을 땄다. 동대구역에서 롯데리아 봉지를 든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할아버지는 냄새로 보아서는 불고기 버거를 사신 듯 했는데, 봉지 소리 때문인지 내내 드시지 못하고 있으시다가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그러다 다시 들어오셨는데 짐을 들고 다른 자리로 옮기셨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각사각 봉지 소리와 달큰한 불고기 소스 냄새가 났다. 일요일, 서울역에서 시네마 열차 시간표를 보고 결심했다. 올라올 때는 시네마 열차를 타기로. 상행선 영화가 이었다. 동생이 보고와서 너무 좋았다고 한 영화.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 나흘동안 경주에 있었다. 닷새 일정이었는데, 토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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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서재를쌓다 2014. 8. 10. 09:06
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작은 여행들이 나온다. 마스다 미리는 어디선가 이곳이 좋더라는 정보를 접하고 어디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훌쩍 떠난다. 혼자서,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이 책에서는 편집자 네코야마 씨와 주로 떠난다. 마스다 미리가 여기가 좋다고 하던데 한번 가볼까요 하면, 네코야마 씨는 재빠르게 정보를 수집한 후, 여기 뭐가 좋고 이렇게 가면 된대요 하고 동참하는 것. 후기에서 마스다 미리는 밤새 춤을 춘 구조하치만 여행과 교향곡 9번 합창곡의 즐거운 체험이 특별히 더 좋았다고 꼽았지만, 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여행은 해파리 여행이었다. 신에노시마 수족관의 숙박 나이트 투어. 수족관 구경도 하고, 전시실 안에서 저녁도 먹고, 전시실 안에서 잠도 자는 여행이다. 이런 여행이 국내에도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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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서재를쌓다 2014. 8. 10. 01:14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예전에 일본에는 47개의 도도부현이 있다 하니, 전부 한번 가보자 하고, 혼자 전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서랄까, 떨떠름하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걸핏하면 여행을 갑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처음으로 혼자 외국여행도 경험했습니다. 핀란드에 있을 때의 '나'도, 평소의 '나'라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내 인생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 p.5, 시작하며.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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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극장에가다 2014. 8. 6. 22:05
울어 버렸다, 고 친구는 말했다. 그 말만 듣고 보러 갔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으로. 피아노를 치는 남자는 말을 잃었다. 어릴 때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난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를 잃은 현장에 자신도 함께였다고 했다. 물론 그는 말하지 않으므로 여기저기서 추측하고 들은 이야기이다. 남자는 이모들의 댄스 강습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집에서는 나이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인 콩쿠르 연습을 한다. 피아노를 치면서 커다란 설탕이 박힌 게 분명한 슈케트라는 빵을 즐겨 먹는다. 그 뿐. 오직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미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담 프루스트의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피아노 조율사는 프루스트의 집으로 가던 도중 레코드를 떨어뜨리고,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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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가족극장에가다 2014. 8. 3. 16:30
아침이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 해가 떠오르기 전, 한 사람이 숨을 거뒀다. 늙은 남자는 도쿄의 한 병원 옥상에 있다. 지금 막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깨어나기 시작한 도쿄의 아침을 내려다보고 있다. 늙은 남자를 찾아 젊은 남자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늙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말한다. 쇼지, 오늘 니 엄마가 죽었다. 사토시는 진짜 배우가 된 것 같다. 예전에도 잘했지만, 최근의 연기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의 팬이었던 것이 뿌듯할 정도다. 이 영화에서 사토시가 제일 빛났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내가 첫째 아들이, 첫째 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좀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죽음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아는 동생의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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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북카페서재를쌓다 2014. 8. 2. 08:16
상암동에 맥주를 파는 작은 북카페가 있다고 해서 7월에 갔었다. 상암동 지리를 잘 몰라 조금 헤맸다. 해가 진 뒤에 도착해서 맥주 한 잔을 시키고 이 책 저 책을 구경하다가 요 책을 꺼내 들었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어떤 서점의 소개글을 읽고 괜찮네, 생각이 들었다. 맥주 한 잔을 더 시키고 알딸딸해질 무렵 카페를 나오면서 결국 읽고 있던 책을 그대로 샀다. 나중에 이런 카페를 해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여름밤. 카페를 나서려는데, "이거 스테디셀러인데요. 헤밍웨이의 은 정말 좋아요."라며 나를 붙잡는다. 문 닫을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돌아갈 생각 없이 눌러앉아 있자 푸념을 늘어놓는 웨이터. 그러자 나이 지긋한 다른 웨이터가 '사람은 누구나 밤늦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