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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극장에가다 2015. 1. 8. 22:28

     

     

     

        이번 주에 일을 하면서 OST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었다. 익숙한, 슬프면서 아름다운 선율에서 시작해서 구슬프면서 경쾌한 현악기의 선율, 듣고만 있는데도 왠지 힘이 잔뜩 들어가는 타악기들의 소리까지. 그렇게 25곡을 듣는 동안 소피는 하울을 만나 하늘 위에서 슬라이딩하듯 천천히 첫 걸음을 내딛었으며,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늙게 되었고, 움직이는 성에 들어가 하울의 분신 갤리퍼를 만났고, 하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울이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고 여린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를 위해 국왕을 만나러 용기 있게 나서기도 했다. 해가 질 때까지 하늘을 날았고, 하울에게 사방이 꽃 뿐인 들판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를 잃지 않기 위해 성을 버렸고,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을까봐 엉엉 울었다.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났고, 마법은 풀렸다. 하울은 소피로 인해 더 단단하고 강해졌으며, 소피는 늙어 있는 동안 더 많은 도전을 했고 더 강한 용기를 냈다. 어쩌면 소피는 한 번도 늙은 적이 없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25곡이 끝났고, 마지막 곡이 나왔다. 극장에서도 제일 마지막 곡이었다. 첫 음부터 아름답다. 모든 마법과 모든 도전과 모든 용기와 모든 시련과 모든 짝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찾아온 평화로 이루어진 곡이다.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하고, 평온하면서도 나른하다. 가사 속에 '처음 만났던 날처럼'도 있고, '산들 바람이 되어서'도 있고, '오후의 이별 후에도'도 있고, '당신이 가르쳐 주었던'도 있고, '살아 있어요'도 있다. 지난 일요일, 친구와 극장에서 <하울과 움직이는 성>을 봤다. 우리는 분명 '다시' 보러 가는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처음' 보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중반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나 새로워 처음 보는 것만 같았다. 아, 나도 소피가 되고 싶다. 일요일 오후의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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