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배를 엮다
    극장에가다 2013. 7. 21. 15:10

     

     

     

        Y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부천영화제에 다녀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딱 한 편. 올해 영화도 좋았다. <배를 엮다>. 사전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업부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던 마지메가 사전편집부로 스카우트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전편집부에는 몇 십년이 넘게 사전 만드는 일만 해온 사람도 있고, 전혀 사전일이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다기리 조도 있고, 척하면 딱인 아주머니 계약직 직원도 있다. 그저 혼자서 책 읽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생활하는 일에 익숙한 마지메가 이 사전편집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함께' 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메가 사전편집부에 들어오던 해 시작되었던 '다도해' 사전 작업은 십 년을 훌쩍 넘어 영화의 마지막에 완성된다. 다도해는 현재를 반영한 사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을 최대한 많이 넣고자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편집부 사람들은 용례수집카드를 만든다.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어디서든 새 종이를 꺼내서 거기에 그 단어를 적고, 그 옆에 뜻과 적당한 용례를 적는다. 그리고 이 사전편집부가 노력하는 건 다른 사전의 풀이를 모방하지 않는 것,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풀이를 찾는 것.

     

        '다도해'를 만드는 동안 마지메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마지메는 그녀를 보는 순간 새 종이를 꺼낸다. 그 종이에 그녀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그녀에 대해 적는다. 가족관계며, 하는 일이며, 직장은 어디이며,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사전편집부 사람들은 마지메의 사랑을 응원해준다. 잘 해보라고 격려하고, 꼭 그 사랑을 이루라며 응원한다. 척하면 바로 딱인 계약직 직원은 바로 그녀가 일하는 일식집에 회식 예약을 한다. 그리고 편집부 사람들은 마지메에게 '사랑'의 풀이와 용례를 맡긴다. 마지메는 엄청 설레이는, 정말 쉽게 이해가 되는, '사랑'의 풀이를 완성한다. 오다기리 조에게는 '후지다'의 용례 풀이를 맡기는데, 그것도 딱 그에 맞게 후진 풀이에 완성한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었다. GV에 마지메, 마츠다 류헤이가 왔다. 어떤 관객이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지 류헤이에게 물었다. 영화를 보면 퇴근 후에 팀원들과 맥주를 마시고 오다기리 조와 마지메가 함께 걷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처음에 마지메는 오다기리 조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생각에 빠져 멋대로 걸어나가 버리는데, 영화의 후반부에 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장면을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괜히 뭉클해진다.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서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장면들이 마음에 든다고 류헤이가 말했다. 그 날 GV에서 류헤이가 한 말들이 모두 괜찮아서, 이 배우를 좀 더 주의깊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올해 여름 휴가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영화가 끝나고 '오른쪽'과 '사랑'의 정의를 찾아봤다. 그리고 종이 사전을 하나 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