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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플라워 - 불량품들의 섬
    극장에가다 2013. 6. 11. 21:31

     

     

     

     

       친구랑 1시간 정도 땡볕을 걸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날이었다. 제일 앞 자리에 앉아 2시간 넘게 영화를 보고 집으로 와 에어컨 필터를 꺼내 빡빡 문질러 씼었다. 무척 더운 날이었다. 그 날은 에어컨을 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언제고 견딜 수 없는 더위가 닥쳐 올 것 같았다. 필터를 다시 끼워 넣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슬슬 어두워 지고 있었다. 뭘할까 고민하다가 이 영화 생각이 났다. 누군가 좋다고 했는데 볼까 말까 망설이다 리모콘을 들었다. 3500원 결제를 하고 재생. 그 뒤로부터 이 영화만 생각하고 있다. 매일 아침, 매일 저녁 OST를 듣는다. 아무래도 책을 사고, OST CD도 사야 할 것 같다. DVD가 나오면 DVD도 사야겠다. 멜론에서 들을 수 있는 OST 곡은 고작 네 곡 정도. 일단 책과 CD를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월플라워>. 불량품들의 섬. 이 영화에는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절친을 잃은 찰리. 찰리의 친구는 자살했다. 유서 한 장 없이. 남자를 사랑하는 패트릭. 어릴 적 상처가 있는 샘. 영화는 각자 조그맣게 떠 있던 세 개의 섬이 만나 하나의 섬이 되어 가는 이야기. 처음에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영화를 보다가 오프닝을 보자마자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앉았다.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나온다. 소심하고 우울하지만 세심하고 문학을 좋아하는 남자아이. 그의 곁에 있는 쾌활하고 거리낌 없는 쿨한 친구들. 자신의 책을 한 권씩 빌려주는 선생님.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마음. 니가 정말 잘 되길 바라는 마음. 크리스마스 선물로 타자기를 선물하는 친구. '언젠가 우리 이야기를 써 줘'라고 말하는 친구. 밀크 쉐이크. 결국 알아주는 마음. 좋아하는 사람과의 키스. 터널과 다리의 바람. 과거의 기억으로 아파하는 사람들.

     

         찰리는 점심시간에도 늘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절친을 잃고 정신병원에 다녀왔는데, 그 소문으로 모두들 찰리를 피했다. 어느 수업에서 찰리는 패트릭을 본다. 패트릭은 털이 수북한 선생님 흉내를 제대로 내며 아이들을 웃기고 있었다. 찰리는 축구경기장에서 패트릭을 다시 본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그의 건너편 자리로 옮기고 인사를 한다. 안녕. 그러자 패트릭이 우리 같은 수업 듣지? 그런다. 패트릭은 3학년이고 찰리는 1학년이다. 그 수업에서 낙제해 1학년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있다. 패트릭이 자신의 바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이리로 와, 그런다. 샘이 나타나고, 세 사람은 나란히 앉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가 된다. 패트릭이었나 샘이었나 누군가가 그날 찰리에게 그런다. 넌 꿈이 뭐야? 뭐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찰리는 글을 쓰고 싶어, 그런다. 만나서 친구가 되면 꿈을 물어보는 건 열여섯이나 열일곱살 때 뿐인 걸까. 누가 내게 안녕, 반가워. 우리 친구가 되자. 넌 꿈이 뭐니, 라고 물어봐 주면 좋겠다.

     

         영화에서 패트릭도 좋고, 찰리도 좋았지만 나는 샘이 마음에 들었다. 샘은 예쁘다. 친절하고 다정하다. (약에 취한 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밀크셰이크도 만들어준다.) 활달하고 춤도 잘 춘다. 친구들도 많고 대학생 남자친구도 있다. 찰리가 도움을 주고 성적이 확 오른 것 보면 머리도 좋은 아이다. 겉으로 보기에 모자랄 것 없는 이 여자아이는 자신이 작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말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너는 작지 않다고. 너는 아름답다고. 그걸 찰리가 하고, 샘은 정말 행복하게 웃는다. 나는 샘이 좋았다. 

     

    * 저 스틸사진은 패트릭이 C인가 D 받고 낙제를 면해서 완전 좋아하는 장면. 너네들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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