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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장
    극장에가다 2013. 10. 28. 21:50

     

     

     

        사실 <공범>이 보고 싶었다. <연애시대>는 내게 여전히 좋은 드라마다. 그 중에서도 손예진-김갑수 부녀지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손예진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 김갑수의 라디오 방송에 목소리를 꾸며 전화를 하는 장면들은 짠했다. 자신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딸. 딸의 변조된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아버지. <공범>의 소개 영상을 티비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아버지와 딸이 나오는데, 딸이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인범이라고. 그 영상을 보는 순간 가슴이 쪼그라들어서 당장 보고 싶었는데, 평들이 그리 좋지 않아서 망설이다 오늘 보기로 했는데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간표를 보고 나름 평이 좋아서 선택한 <미스터 노바디>. 흠. 좀 복잡했다. 복잡하게 만든 영화였다. 메세지는 알겠는데, 내게는 좀 어지러웠다. <미스터 노바디>를 보면서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 생각이 났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어쩐지 집에 돌아가 바삭하게 생선을 구워 맥주든 맑은 술이든 조용하게 한 잔 하고 싶어졌다.

     

        나는 요즘 조용한 이야기들에 끌리다 보다. 바람이 조용하게 건너가는 이야기들. 오늘 영화를 보기 전, 진에어 치앙마이 광고가 나왔다. 얼마 전 친구가 치앙마이 광고를 극장에서 봤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오늘 광고를 보고 그 문자가 생각나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나도 봤어, 그 광고. 친구에게 답이 왔다. 수영장 배경이 치앙마이였잖아. 아, 그랬었나. 돌아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는데, 내가 사려고 했던 미니 믹서기 브랜드는 없었다. 찹쌀과 콘센트와 분갈이용 흙, 김밥용 김과 맥주를 샀다. 칠레산 은연어도 샀다. 집에 돌아와 아이비 화분과 와송 화분을 분갈이해줬다. 그리고 칠레산 은연어를 바삭하게 구웠다. 900원을 주고 수영장을 재생시켰다. 개봉했을 때 이 영화를 봤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좋은 지 몰랐는데, 그저 <카모메 식당> 짝퉁이라 생각했었는데. 저녁, 나는 이 영화에 위안받고 있었다. 치앙마이가 궁금해져 책 검색을 했다. 가이드북 하나가 나왔다. 내일 주문해서 소설 책 읽듯 천천히 읽어봐야지. 조용한 시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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