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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하이오 삿포로
    극장에가다 2013. 1. 21. 23:24

     

     

        <세션>을 보러 광화문에 갔는데, 매진이었다. 영화를 너무 안 봐서, 그냥 들어가긴 싫어서 주위에서 하는 영화 검색해보다 제목에 끌려서 무작정 뛰었다. 영화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말들의 조합이다. 안녕과 삿포로. 표를 끊고 자리에 앉으니 영화 시작 직전. 몇 분짜리인 줄도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 40분짜리 영화였다.

     

        여자는 듣지를 못한다. 여자는 공장에서 일한다. 여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일본어를 배운다. 여자의 이름은 모레. 내일모레 할 때 그 모레. 남자의 이름은 히(어)로. 히로 상은 일본인이다. 그도 역시 농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조각도 한다. 따듯한 미소를 가진 그는 조각가. 남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바다 건너에 있는 모레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준다. 히로가 수화로 말을 하면 모레가 자판을 두들겨 일본어를 쓴다. 아니면 함께 일본어로 채팅을 한다. 히로가 숙제를 내어주면, 모레는 카메라에 대고 숙제 검사를 받는다. 모레는 공장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같이 사는 친구에게도 무시당한다. 모레는 휴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눈 축제가 한창일 삿포로에 가서 히로를 만나기 위해.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영화는 한국에서 시작해 삿포로에서 끝난다. 

     

        그냥 영화가 보고 싶어 무작정 뛰었는데, 굉장히 따뜻한 영화였다. 극장에 들어가서 처음 몇 장면을 보고 바로 안심했다. 좋은 영화구나 느낌이 왔다. 40분 동안 따뜻한 기운을 받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에 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영화에게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랬듯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다. 질문을 하면 따끈따끈한 라즈베리필드 씨디와 오하이오 삿포로 디브디를 줬는데, 용기가 없어서 손을 들지 못했다. 디브디는 정말 갖고 싶었는데 말이지. 조금더 삿포로 풍경이 풍성하게 담겼다면 좋았겠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의 연결구조가 튼튼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이 이야기로도 충분했다. 부드러운 우유가 들어간 진하고 몽글몽글한 라떼 커피가 생각나는 영화.나도 일본어 화상채팅 과외받고 싶다.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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