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가 고백을 하면
    극장에가다 2012. 12. 11. 21:40

     

     

     

       여자는 강릉에 산다. 강릉에 사는 여자는 주말만 되면 서울에 간다. 서울에 가서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친구도 만난다. 늘 친구집에서 잤는데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여자는 주말마다 서울에 가야 하는데, 잘 곳이 없다. 모텔에도 가 보고, 찜질방에도 가봤지만 불편해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다. 여자에게 누군가 묻는다. 왜 그렇게 주말마다 서울에 가느냐고, 그렇게 다니면 피곤하지 않느냐고. 여자가 말한다. 피곤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걸요. 그렇게 해야 이게 사는 거구나 생각이 드는 걸요. 여자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부남이었다.

     

       남자는 서울에 산다. 서울에 사는 남자는 주말만 되면 강릉에 간다. 강릉에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해산물도 먹는다. 남자는 강릉의 호텔에서 자곤 하는데, 이럴 바엔 강릉에 집을 하나 얻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강릉이 좋다. 정말 좋다. 남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남자의 첫 영화에 어떤 목소리가 근사한 평론가가 별 반개를 줬다. 남자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강릉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서히 시작된다.

     

       이걸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친구는 두 번째 보는 거였다. 이건 어른들의 사랑이었다. 우리가 누군가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면 이렇게 시작하겠지, 싶은 딱 그런 사랑. 내가 고백을 하면, 당신이 받아줄까. 눈 오는 날, 강릉에 가서 같은 종류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추워져서 루시드 폴의 아름다운 날들을 꺼냈다. 오늘 아침에는 여름의 꽃을 듣다가 따뜻하게 슬퍼졌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