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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월애 - 愛
    극장에가다 2011. 5. 22. 19:06


        토요일에 비가 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다. 홍대에서 순대국을 먹고 271번 버스를 탔다.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을 지나 씨네코드 선재로 가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쌀쌀해졌다. 시청에 가서 안치환의 그 날들,을 듣고 271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영화에 시와 노래가 나왔다. 오늘은 하루종일 잠을 자다 막내동생은 한강에 놀러 나가고, 둘째동생은 회사동료 부친상으로 경북 상주에 내려간다고 나간 뒤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방을 닦았다. 우리는 오늘 점심으로 자장면에 짬뽕에 군만두를 먹었다. 나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빨래를 널었다. 티비를 껐다. 해가 졌다. 조용한 일요일 밤. 

        오월에는 좋은 날들이 많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생일이 있고, 초여름의 날씨도 좋고. 나는 오월만 되면 설레인다. 그런데 어제 불현듯 깨달았다. 오월이 좋은 날만은 아니라는 걸. 오월은 아프고 슬픈 달이라는 걸.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달이라는 걸. 내게도 지역감정이 있었다. 그건 나의 경험에 의한 것이었는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그 그릇된 감정을 고쳐 먹었다. 내가 얼마나 아둔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1980년 5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일어난 이야기. 그때, 그들이 믿을 사람은 자신들밖에 없었다. 광주 외곽으로 통신이 두절되고, 철저히 고립되었던 시간들. 이 좋은 오월에 일어난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그 날의 아프고 쓰라린 기억들. 영화는 2010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광주 사람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 그런 나레이션이 나온다. 지금의 5.18 행사를 두고 하는 말. '국가가 학살하고 국가가 기념하는' 5.18. 그 행사 속에 사람들은 없다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여전히 아프다. 

       영화의 초반부에 과일장사를 하는 아주머니가 나온다. 아주머니는 오월 항쟁 당시의 이야기를 묻는 영화 스텝들에게 이런 거 뭐하러 찍느냐고 말한다. 찍지 말라고 한다. 다 쓰잘떼기 없는 짓이라고. 그건 암이라고. 그러니 이런 쓰잘떼기 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마지막, 영화의 크레딧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그 아주머니가 스텝들을 배웅한다. 스텝들이 그만 들어가라고 하는데도 아주머니는 계속 따라 나오신다. 쉽게 뒤돌아서지 못하고 자꾸 따라나오신다. 스텝들의 끼니를 걱정하시면서. 1980년 5월, 아주머니는 주먹밥을 만들어 나르셨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주먹밥을 함께 만들었던 여고생. 지금은 중년이 되었다. 그 중년이 된 여고생은 끝내 카메라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등을 보였다. 미안하다고 했다. 당시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켜준 이가 그 당시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으며 그럴 줄 알았다며 울었다. 중년이 된 여고생 앞에 이 영화를 조연출한 이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내 함께 울었다. 카메라 뒤에서 스텝들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울었겠지. 쓰잘떼기 있는 짓을 해준 그들에게 고마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월이 간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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