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방향>도 보았지. 여전한 감독님. 하지만 점점 여유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밌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다이어리에 이런 문구들을 오려 붙였다. '홍상수의 겨울영화', '그해 겨울이 품었던 사람냄새', '키스를 나눈 밤이 지나고 작별인사와 함께 북촌을 떠나려는 성준. 그날 아침 북촌에는 눈이 내리고 그 길 위에서 과거에 알았던 사람,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 낯선 사람들과 계속 마주친다.' 이건 씨네21 <북촌방향> 프리뷰에 있었던 글귀들이다. 이 문구들은 오려서 북촌방향 포스터 옆에 붙여뒀다. 그 날 감독님이 내게 당부하신 세 가지. 세상 살아가면서 이것 세 개만은 꼭 지키라 했던 그것. 첫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 둘째, 술 마실 때 취하지 마라. 셋째, 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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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eyo님 덕분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챙겨봤다. 디지털 TV VOD 목록 뒤져보니 있었다. 더군다나 무료. 8부작인데 길쭉길쭉한 모델같은 아이들이 나오고, 김상경도 나오고. 대본도 훌륭하다. 수재들만 다니는 강원도 어딘가의 고등학교. 산 속 깊숙이 있는 학교. 일곱 명의 아이들, 아니 일곱 명이 8일 간의 방학을 앞두고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를 받는다. 편지를 받은 일곱 명과 편지를 보낸 한 명만이 모두 떠나버린 학교에 남는다. 누가 편지를 보낸걸까.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고립된 학교. 그리고 누군가가 학교로 찾아온다. 시 같은 편지 문구들과 산 속 깊이 있는 학교의 분위기와 내리는 눈, 쌓인 눈. 으스스하고 쓸쓸한 드라마 초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 그리고 흐른의 '그렇습니까'라는 노래도.
계속해서 생각해 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내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너는 내 가망 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목에 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놓아버렸고,
그리고 너는 눈 앞에 나를 지워버렸고,
마지막으로 너는 나를 가로챘어.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8일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시계탑 아래에 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