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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일렛 - 나오코 식당
    극장에가다 2010. 12. 16. 21:20

     

        다음주엔 홍대의 교자집에 갈 거다. 가서 교자랑 아사히 맥주를 마셔줄 거다. Y언니랑 벌써 약속해뒀다. 교자집도 정해뒀다. 웹 검색을 해 보니, 영화 속 교자의 생김새랑 똑같은 곳이 있었다. 신난다. 

        어제, 광화문에서 <토일렛>을 봤다. 어제 얼마나 추웠는지는 밤에 돌아다닌 사람이면 다 알 터. 극장이 텅텅 비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거의 매진이었다. 작은 극장에 낯선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기가미 나오코의 새 영화를 봤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오코 감독의 영화는 다 보았다.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 식당>, <안경>, 그리고 이번 <토일렛>. 그 중 <토일렛>이 스토리 라인이 제일 풍부하다.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을 이렇게나 알 수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물론 할머니로 등장하는 나오코 감독의 뮤즈, 모타이 마사코의 사연은 끝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 내뱉는 단어는 단 두 단어다. 배경도 외국이고, 등장인물들이 모두 영어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일본영화라는 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느낄 수 있다. 특히 비데. 비데가 일본에서 만든 거라는 건 처음 알았네. Y언니가 그랬다. 그래, 그렇게 섬세하고 디테일한 기계는 일본 사람밖에 만들 사람이 없어. 

        영화를 보고 나와 카페에서 아사히 맥주를 마시면서 Y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나오코 감독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을 파는 식당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나오코 영화의 특징, 침이 꿀꺽 넘어가는 음식들. 이번에는 교자다. 말 못하는(?) 일본인 할머니는 내내 우두커니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따위를 바라보고 있다가 고양이 밥이 떨어지자 외출을 한다. 그날 밤, 이 이상한 가족은 함께 만두는 빚는다. 동그랗게 밀가루 반죽을 하고, 소를 넣고, 가장자리를 다듬어 예쁘게 빚는다. 기름을 두르고, 후라이팬에 예쁘게 정렬시킨 뒤, 물을 조금 넣고 뚜껑을 덮는다. 한쪽 면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교자를 접시에 담아 맥주와 함께 먹는다. 정말 내가 밑천이 있음 만들텐데. 심야식당과 같은 테이블 구조도 좋겠다. 메뉴는 <토일렛>의 교자와 밥, 맥주. <카모메 식당>의 오니기리와 계피롤, 아침에 선착순 3명에게는 무료 커피 제공. <안경>의 일본식 정식. 매실장아찌는 하나씩 꼭 나가야 한다. 정갈한 계란말이에 연어구이 한 토막, 미소된장국 정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바닷가재 파티를 하는 거다. 단골손님만 예약받은 뒤 입장 가능. 그 날은 고기도 굽고, 바닷가재도 굽고, 맥주는 무한 리필. 캬.

        꿈만 같은 얘기. 암튼 다음 주에 교자나 맛있게 먹어야겠다. 아사히 맥주도 많이 마시고. 오늘 읽은 시집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고 사랑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한다. 길게 길게 심호흡을 하고 노을이 지면 불을 피우자. 고기를 굽고 죽지 않을 정도만 술을 마시자. 그렇게 얼마간만 좀 널브러져 있자. 고향에 대해 생각하는 자의 비애는 잠시 접어두자." 오늘 마트에 들렀는데, 아사히 맥주 5병에 만원이길래 냉큼 집어왔다. 한 병 마시고 있는 중. 죽지 않을 정도만 술을 마시자. 그렇게 얼마간만 좀 널브러져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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