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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 그 때 왜 그랬어요?
    극장에가다 2009. 11. 10. 00:57

     
     
        변기 위에 앉아 지난주 영화잡지를 펼쳤다. <파주> 이야기. 역시 내가 고민한 그 질문이 한 평론가의 글 중심에 놓여 있었다. "왜 그랬니?" 이선균이 서우에게 묻는다. "근데 그 때 왜 그랬니?" 누구는 <파주>를 보고 1마리 어린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고, 누구는 <파주> 속 이선균이 연기한 중식의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다섯 정거장 되는 거리에 메가박스가 생겼다. 그 날은 영화가 고팠던 날이라,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데도 걸어서 그 곳에 갔다. 새로 생긴 극장의 복작거리는 분위기를 상상했었는데, 건물 주위에도 건물 안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봤다. 역시 평론 속 표현처럼 나는 이선균의 그 대사가 너무 갑작스러웠던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다. 곱씹어봐도 그건 갑작스럽다. 그 씬을 중신으로 앞 뒤 씬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영화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파주>는 내게 아직도 혼란스러운 영화다.

       오늘 아침, 평론을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이 영화가 계속 된다면 분명 다시 이선균과 서우는 만날 거다. 아마도 파주에서. 그 때의 파주는 개발이 많이 진행된 뒤겠지. 번쩍번쩍하고 높은 건물들이 많아진 뒤겠지. 그 때도 이선균은 서우에게 물을 거다. "왜 그랬니?" 그건 대체 몇 년 전 일에 대한 질문일까. 서우가 중학생 때 이선균의 첫사랑에 대한 장난을 친 것에 대한 것일까. 그 때 가출을 한 이유를 묻는 것일까. 인도에 간 그 때를 말한 것일까. 지금 이 영화의 마지막에 대한 물음일까. 전부 다 일까. 메가박스 상봉 앞에는 아주 커다란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모양이다.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가 건너편에 보였다. 그 건물을 <파주>를 보고 나와서 올려다보는데 느낌이 묘했다. 비가 그친 뒤였다. 영화 속 '파주' 같은 공기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달큰한 것이 먹고 싶어져 시장에 들러 사과도 사고, 귤도 샀다. 내가 궁금한 질문은, 이선균에게. 근데, 그 때 "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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