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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프린세스>로 시작해 <연애시대>로 끝나는 잡담
    모퉁이다방 2009. 2. 13. 00:11
    - 영화 <문프린세스>를 봤다. 시사회로 본 거였는데,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었다. 나쵸랑 콜라 큰 걸 사 들고 들어가 폭신폭신한 좌석에 몸을 숨기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좀 시시했다. 원작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고, 해리포터가 있게 한 작품이라고 해서 살포시 기대했었는데 그저 그랬다. 완전히 애들 영화. 갈등도 간단하고 엔딩도 아주 간단하다. 판타지 영화치고는 CG도 별로 없고, 좀 엉성하다. 애들 영화에서 발견하는 인생에 있어서의 깊이있는 철학. 나 이런 거에 완전히 광분하는데. 그래서 기대했었는데. 땡.

    - <체인질링>도 봤다. 일요일 저녁에. 주말내내 집에서 뒹굴기만 한 게 한심해서 1장을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나갔다. 사실 일찍 출발해서 많이 걸을려고 했는데, 나는 게으른 아이니까. 당연하게도 늦게 출발했고 시간이 모자라 전철을 타고 갔다. 일요일 6시 40분 영화였는데도 매진. (원래 일요일 그 시간에 매진되는 영화들이 많은건가?) 나는 오래간만에 혼자 극장에 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가지고 있던 커피 쿠폰으로 엔젤리너스에서 라떼를 사들고, 졸리 언니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 영화는 좋았다. 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좋고,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좋다. <미스틱 리버>도 좋았는데. 마지막 자막을 보고, 집에 와서 검색을 좀 해 봤는데, 졸리 언니가 열연한 실제 주인공은 죽을 때까지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희망. 죽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 언제고 돌아올 거라는 희망. 그 분은 평생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갔다. 평생을 바쳐 기다릴 누군가가 있는 사람. 엄마. 어머니. 감동적인 영화였다. 짝짝짝.

    - 오늘 커피집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슬픔도 당신의 일부". 곧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받아 적었다. 슬픔도 당신의 일부. 행복도 당신의 일부. 그리움도 당신의 일부. 쓸쓸함도 당신의 일부. 희망도 당신의 일부. 좌절도 당신의 일부. 사랑도, 이별도 모두 당신의 일부. 오후에는 세 가지 복합적인 현상이 내게 나타났는데, 좀 더러운 얘기다. 사실 난 전혀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오후에 나는 데미언 라이스의 '9 Crimes'를 듣고 있었고, 똥이 마려웠고,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아, 아니다. 네 가지 복합적인 현상이다. 네 번째는 근처에 있는 책장에서 노란색 <대성당>을 본 거다. <대성당> 속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빵집이 생각났다. 쓸쓸하고 따듯했던 빵집의 풍경. 눈물이 날 것만 같았던 그 노오란 풍경. 그러니깐 이 네 가지 복합적인 감정은 본능적인 외로움인 거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 아시는 분이 만화책 <BECK>을 추천해주셨다.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친 김에 그 분께 만화책도 빌렸다. 그래서 지금 집에 10권까지 있다. 주말에 심심할 걱정은 없겠다. 늦잠 자다 일어나 이불 속에서 만화책을 봐야지. 주말즈음에 비가 온다고 한 것 같은데, 김치전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얻어온 김치가 아주 잘 익었다. 돼지고기도 사서 넣어야지. 서울쌀막걸리도. 아. 얼마 전에 이상문학상에 실린 공선옥의 단편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바람님과 빗님이 앉았고만." 아, 바람님과 빗님. 좋아라. 조아질라고 <- 이걸 반복해서 소리내서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 그러니까 오늘의 핵심은 영화과 책을 다시 보고, 읽기 시작했다는 거. 그래서 하루 중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는 거.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아졌고, 읽고 싶은 책이 쌓였다는 거. 내일도 영화 볼 거다. 아, 그리고 <문프린세스>가 영 싫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데, 왠지 내가 순수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순진해진 느낌. 아이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나홀로 집에>가 짱인데. 애들 영화도 가끔 봐줘야겠다. 나쁜 성질 죽이게. 지금 <연애시대> OST를 듣고 있다. 생각난다, <연애시대>. 좋은 밤,이다. 모두에게도 좋은 밤,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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