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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크리스마스!
    모퉁이다방 2008. 12. 24. 00:43
        그러니까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브예요.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말이죠. 그래서 오늘 힘든 일을 겪었고, 컨디션 제로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일이 온다는 사실 하나로 버텼어요. 잘했죠?

        어제는 눈이 왔어요. 네. 눈이 왔어요. 일기예보를 아침에 나갈 때 꼭꼭 챙겨보는데, 어제는 웬일인지 건너뛴 거예요. 그래서 어제 눈이 더 반가웠어요.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였거든요. 좋았어요.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어요. 우린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거든요. 네. 요즘 매일 술이예요. 그래도 조금씩 마시고 있으니깐 괜찮아요. 술이 없음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겠어요? 그렇죠?

        친구가 20분쯤 늦는다고 해서 먼저 술집에 들어가 있으려고 나왔는데, 눈이 스르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주 예쁜 눈이였어요. 펄펄 쏟아지다 스르르 녹는 눈이었거든요. 그래서 지하의 술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20분동안 걸었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요즘은 '브로콜리 너마저' 1집을 듣고 있어요. 나는 이 노래들을 혼자서 듣다가 너무 좋아서, 동생한테도 소개시켜주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소개시켜줬는데. 동생이 갑자기 방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나오는 거예요. 언니, 유자차 너무 좋다! 유자차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제목이예요. 내가 소개해준 누구는 계속 이 노래만 듣고 있대요. 친구는 아침에 문자를 보냈어요. 우는 표시의 이모티콘으로, 정말 좋다고. 아. 그리고 나의 메리메리, 마이앤트메리 새앨범도 듣고 있어요. 좋냐구요?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렇게 친구를 만나 우리가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술집에 갔어요. 거기서 옛날 가요도 듣고, 병맥주도 마셨어요. 즐겁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리운 사람에게 문자도 보냈어요. 그러니까 그 아이가 전화를 해 줬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스무살 즈음에 만난 아이예요. 나는 그 아이가 전화해준 게 너무 반가워서, 앉아서 다리만 폴짝폴짝 뛰었죠.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러니까 내일이예요, 만나기로 했어요. 정말 신나요.

        함께 맥주를 마신 친구의 남편은 동생에게 주라고 치즈케잌을 사 줬어요. 그것도 신났죠. 친구는 며칠 전에 큰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니가 먼저 와서 봐야되는데, 라고 말해줬죠. 그것도 신났어요.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만날 거예요. 다 같이. 여럿이.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을 보는 날이예요. 그것도 친구의 큰 집에서 밤새 파티를 할 거예요. 와인도 마시구요. 맥주도 마실 거예요. 음악도 듣고, 크게 수다도 떨거예요. 크게 웃구요. 어쩌면 살짝 울지도 몰라요. 우린 다같이 늙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걸쭉하게 취하면 노래방도 갈 거예요. 가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를 거예요. 나이 드니깐 노래방 가면 꼭 춤을 추게 되요. 네. 맞아요. 막춤이예요. 춤이라고 할 수 없는. 읔.

        우린 지하의 술집을 나왔어요. 눈이 쌓여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기분이 아주 좋았죠. 친구는 2호선을 타고, 나는 7호선을 타요. 우리는 2호선쪽으로 가서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뽑아 마셨어요. 그건 술 마시고, 기분 좋을 때 우리가 하는 행동 중 하나예요. 생각했죠. 매일매일 오늘같았음 좋겠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일 끝나고 내 편을 만나 술 한 잔하는 오늘. 그래서 기분 좋아지는 오늘. 내일 버틸 힘을 주는 오늘.

        친구와 헤어지고 7호선을 타고 가다가 아까 화장실 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전화를 해주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친구도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구요. 잠에 취하고 술에 취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어요. 왜 전화했냐고 하니까, 그냥 생각나서 했대요. 우리는 계절이 바뀌면 한 번씩 통화해야 되는 사이래요. 그러고보니 친구는 가을에 전화해주었어요. 깔깔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벌써 가을이네요. 지금은 겨울. 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화해주는, 아주 오래 전에 본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어요. 그리곤 말했죠. 그럼 또 전화해달라고. 꽃이 피기 전에, 아니 눈이 녹기 전에. 이런건 술에 취했으니깐 말한 거예요. 무척 닭살돋는 표현인데. 그러니깐 친구가 그러겠다고 했죠. 나는 전화를 해주는 게 좋아요. 내가 하는 것 보다. 나를 생각해주는 게 좋아요. 내가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아. 지금 12시 12분. 12땡이예요. 그러니까 이제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24일. 나는 오늘 일하고, 마이앤트메리 콘서트에 가요. 그래서 오늘, 아니 어제 하루종일 새앨범을 들었죠. 마음이 쿵쿵 설레는 거예요. 나는 마이앤트메리 콘서트장에 있는 내가 좋아요. 설레이고, 즐겁고, 살아있는 느낌. 1분 1초씩 늙어가는 게 아니라 1분 1초씩 젊어지는 느낌. 아. 이번엔 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흐흐흐- 그리고 친구들과의 파티가 있어요. 말했죠? 술 먹고 노래하는. 아.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이브같았으면. 그걸 기다리고, 즐기는 하루하루였으면. 

        그러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라구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말, 며칠 전에 누군가에게 한 적이 있는데요.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인 루나의 웹툰에 보면요. 요즘 루나는 퇴근 후 창틀에 맥주를 한, 두캔 끼워넣고 홀짝홀짝 마시고 잠든대요. 그러니깐 나는 누군가에게(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창틀에 끼워넣고 마시는 맥주 한 캔. 그렇게 시원하고, 소중한 존재. 네네. 그러니까, 아주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엔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말이예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잘 보내요. 꼬옥. :D




        아. 루시드 폴의 노래가사와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어요. 신곡 2곡을 담은 CD도 함께 준대요. 제목은 <물고기 마음>. 이소라 앨범에는 노래 제목들이 없다죠? 제목을 직접 적어넣을 수 있게 앨범자켓이 디자인되었다면서요? 거기 토마스 쿡도 참여했던데. 아무튼 이러니까 내가 겨울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풍성하잖아요. 따뜻하고. 물론 외롭기도 하구요. 그래서 좋아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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