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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자꽃 설화
    서재를쌓다 2008. 2. 12. 00:39
    치자꽃 설화
    박규리




       작년에 치자꽃향을 그려보려고 애썼던 계절이 있었다. 봄이였으면 분명 화분을 사러 갔을텐데 그렇지 않았던 걸 보면 가을즈음이였던 것 같다. 치자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향기로운지에 대해 쓴 글을 읽고선 그 향기를 지금 맡아보지 않으면 안 될 사람처럼 킁킁거렸었다. 분명 내가 언젠가 맡아보았던 향일텐데. 그리 진하다는데. 아카시아 향이랑 비슷한가. 냄새에 민감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였다. 고작 기억나는 향이라곤 아아아아아아아~ 아카시아 향.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치자꽃 사진들을 검색해서 보며 내년 봄에는 꼭 치자 화분을 사리라, 다짐했다. 곁에 오래 두고, 오래 냄새 맡을 수 있도록.

       명절에 엄마가 치자물을 만들어와선 야채전에 넣어 노랗게 구워내면서 색이 이쁘다, 이쁘다 하는 걸 듣고는 그 때 생각이 났다. 올라오기 전에 아빠가 봄이 되면 꽃을 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치자 나무와 붉은 색의 남천과 한약에 쓴다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는 어성초를 뽑아주셨다. 나무들이 놀라지 않게 함께 지내던 흙도 따로 담아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의 메모



       집에 도착해서는 짐을 놓고 바로 나가서 화분이랑 흙을 샀다. 흙을 사러 꽃집에 들렀더니 꽃집 아주머니께서 긴기니아 난을 사가라고 하신다. 이름이 뭐라구요, 나는 계속 묻고 아주머니는 계속 긴기니아, 라고 말하고. 난인데 향이 진한 것이 그렇게 좋단다. 조금 있으면 꽃이 핀단다. 제일 실한 거라며 비싸다고 하는 내게 천원을 깍아주신다.

       그리하여 집에 화분이 늘었다. 원래있던 아이비 화분들과 블루베리, 남천에 치자나무, 어성초에 긴기니아까지. 동백나무도 가져오려 했는데 키우기 힘들다 해서 포기했다. 그리고 엄마가 따로 준 이름모를 식물도 하나. 나이가 들수록 꽃이 좋아진다. 꺾은 꽃이 아니라 화분에 담겨진 꽃이. 봄이면 피는 꽃. 그리고 그윽한 향기까지. 봄이 오고 꽃집에 화분들이 늘어나면 올 봄에는 국화 화분도 사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빨리 봄이 오면 좋겠다. 따뜻한 남쪽에서 서울로 올라오니 추운게 괴로워졌다. 아, 서울이 이렇게 추웠지,라고.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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