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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핸드폰으로 '라무네 사이다'를 검색했다. 당장 마셔보고 싶었는데, 지에스 편의점에서 최근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영화 속에서 이 사이다를 엄마와 아들이 함께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된, 그렇지만 엄마라고 부르지는 않는, 그걸 개의치 않는 '엄마'. 파칭코 주차장 차 안에 혼자 방치되어 있다가 지금의 '엄마', '아빠'에게 발견되어 지금의 가족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기 시작한 '아들'. 두 사람은 역시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할머니'의 연금을 인출한 뒤 이 라무네 사이다를 하나씩 사들고 시장 거리를 걷는다. 어떤 상인이 '엄마'에게 아이의 엄마라는 호칭을 써 신기해하고 좋아라 하면서. 마지막 모금까지 다 마시고 자신을 봐보라며 커다랗게 트림을 하고 시원하게 웃어대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함께 소리내어 웃어대는 아들. 엄청나게 행복한 장면이었다.
알쓸신잡의 피렌체 편에서 이탈리아 고아원을 방문해서 한 한국인 입양아의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린 유시민이 그랬다. 그 입양아가 영상에서 말했다고. 가족은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 입양아는 친부모에게 버려진 뒤,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친부모가 다시 아이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고,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영화는 내게 물었다. 가족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가족을 원하는가. 어떤 가족이 되어야 하는가. 영화의 마지막에 엄마는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빠에게 아들을 데리고 면회를 오라고 한 뒤, 아들에게 너를 어디서 어떻게 발견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친부모를 찾고 싶으면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한다. 우리가 이 애한테 더이상 해줄 건 없어. 그거 알잖아. 그들은 아들에게 사랑을 주었다.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져 주었다. 친부모가 해주지 못한 거였다. 대신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한 아들. 아들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어 이제 학교도 가고, 친구도 사귀겠지. 사무치는 사랑일 지라도, 사랑은 사랑이다.
라무네 사이다를 마시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뚜껑 부분의 비닐을 벗긴다. 그리고 뚜껑 윗 부분을 뜯어낸다. 거기에 뚜껑을 뚫을 수 있는 누름캡이 있다. 단단한 땅 위에 사이다 병을 두고, 누름캡을 병의 뚜껑 위에 둔다. 힘을 5초 정도 가한다. 그러면 펑하고 뚜껑이 뚫린다. 사이다는 병목 부분에 경계가 있는데 거기서 투명하고 동그란 공이 있다. 그 공 때문인지 마시는 동안 사이다가 벌컹벌컹 쏟아지지 않고 찔끔찔끔 나온다. 소다맛이 가미된 사이다인데, 그걸 나도 영화 속 그들처럼 거리를 걸으면서 마셔봤다. 달달하고 톡 쏘는 시원한 맛이 조금씩 조금씩 입 속으로 들어왔다. 투명한 공은 병에 부딪쳐 맑은 소리를 내고. 그렇게 적은 양의 사이다를 영화 속 그들처럼, 아껴가며 마셔보았다. 행복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