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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이즈 본
    극장에가다 2018. 11. 8. 22:43

     

     

       <스타 이즈 본>은 좋았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봤는데, 보다가 꽤 울었다. 영화를 보고 평을 보니, 이야기가 구식이고 뻔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왜냐면 나는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줄곧 여자가 남자를 냉정하게 차버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레이디 가가는 육고기 드레스 정도 밖에 모르고 사실 얼굴도 몰랐는데, 연기가 좋더라. 배우로도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후반부에 레이디 가가, 아니 앨리가 부르는 노래들은 별로였다. 제일 마지막에 장엄한 오케스트라 군단과 함께 불렀던 슬픔의 노래도 그냥 그랬다. 소소하고, 담담하게 불렀으면 좋았을 걸 생각했다. 브래들리 쿠퍼, 아니 잭슨과 함께 투어를 하며 밴드와 혹은 혼자 연주를 하며 부르는 노래들이 좋았다. 그게 진짜 앨리의 노래였거든. 그런 장면이 있었다. 밴드와 투어를 함께 하며 영감이 마구마구 떠올라 노래를 만드는 장면. 한밤 중에 작은 불 하나 켜놓고 커다랗고 두꺼운 노트에 연필로 가사를 마구 써내려 가는 장면, 그때 앨리의 벅찬 얼굴. 잭슨의 고향에서 잭슨과 함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즉흥적으로 그와 그녀의 노래를 만들어 가던 장면, 그때 두 사람의 신난 표정들.

     

       앞부분만 살짝 보고 말았지만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다큐 <에이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거울을 마주보고 하는 이야기인데, 좋아서 따로 캡처를 해뒀다.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얘기가 아닌 곡은 안 쓸 거예요. 내가 겪은 게 아니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슬픈 경험도 있지만 마냥 슬프게만 만들진 않아요. 나만의 가사를 쓰려고 노래해요." 지난 주말에는 퀸의 이야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찾아본 글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가 프레디 머큐리의 일종의 커밍아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라는 가사의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그전의 이성애자였던 자신을 죽였다는 것. 좋은 음악은, 좋은 이야기는, 좋은 글은,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미화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 그게 진정으로 마음을 울린다는 걸 최근 영화를 보면서, 책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고 있다.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글을 쓸 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정직한 마음으로, 여러 일들을 겪고, 앨리처럼 기록해 두고 싶다. 아, <스타 이즈 본>은 어찌나 좋았던지, 그날 몇달 만에 다이어리와 펜을 꺼내 일기를 썼다. 이렇게 써뒀다. "잭슨은 작았고, 그래서 술과 마약 뒤에 숨었고, 형을 닮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앨리는 크고 강한 사람이었다.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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