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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극장에가다 2018. 10. 6. 17:40

     

     

       이 영화에 반전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니 이 글은 영화의 반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실 분은 읽지 마시길. 여자는 쌍안경을 이용해 먼 곳을 보았다. 한번 확인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했다. 아마 아주 여러 번 확인을 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타히티 섬에서 만났다. 고갱이 행복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타히티 섬. 남자와 여자는 이 곳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다. 남자가 직접 만든 배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서로가 잘 어울리는 연인이 될 거란 걸 그 밤을 보내면서 알았다. 여자는 남자가 살아온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는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었다. 남자는 높은 절벽에서 거침없이 풍덩 뛰어드는 여자를 보고, 당신은 내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여자야, 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배로 세계를 여행하자고 결심했다. 함께. 둘이 함께 말이다. 바다 위에서 커다란 태풍을 만났고, 배는 좌초되었다. 여자는 겨우 깨어났다.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여자가 쌍안경을 이용해 먼 곳을 본 것이. 남자가 보였다. 여자는 희망에 차 배를 재정비했다. 자신의 상처를 꽁꽁 싸매고 선실의 물을 빼냈다. 물이 새는 곳을 방수테이프로 막고, 돛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바다에 풍덩 빠져 남자를 구했고, 만신창이가 된 남자를 몇날 몇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선실에서 먹을 것을 찾아 함께 나눠 먹고, 다리의 상처를 자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기적같이 구조되었다. 앙상한 몸으로. 혼자서. 여자는 혼자 구조되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나는 좀 울었다. 갑자기 서러운 심정이 되었다. 마음이 아파서 극장을 나와서 불광천 길을 걸었다. OST를 찾아듣다가 제주에 내려가 있는 J 생각이 났다. J는 사촌동생인데, 얼마전 여자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제주도에 내려갔다. 제주에 여자친구가 한때 머물렀던 기도원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머물러 볼 생각이라고 했다. 여자친구에게 병이 생기고, 신을 믿지 않던 여자친구가 신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J에게 함께 믿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단다. 여자친구가 신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깊이가 무척 빠르고 깊다고 기도원 원장님이 그러셨단다. 병이 깊어지던 날, 여자친구는 J에게 하늘나라에 가겠다고, 이제 가고 싶다고, 갈 수 있겠다고 했단다. 이십대 초반부터 이십여년을 가족처럼 지내온 두 사람이었다. 여자친구의 신앙심이 J에게 그대로 옮겨간 걸까. 요리를 해왔던 J는 신을 믿는,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제주에서 몇 달을 있은 J를 얼마 전에 만났는데, 얼굴이 아주 좋아져 있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을 제안 받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불광천을 걸으며서 J가 제주의 어느 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어떤 바다를 내려다보는 상상을 했다. 바다 위에 쌍안경으로 끊임없이 바다 저편을 확인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럴리 없다면서 확인을 하고, 확인을 한다.

     

       영화의 반전은 여자가 남자를 구하고, 함께 구조되기 위해 느릿느릿한 항해를 해 가던 어느 날 보여진다. 여자는 앙상한 몸과 여윈 얼굴로, 너무나 지친 어깨로, 남자를 등진 채 말한다. 이제 당신을 보내줄게. 보내줄 수 있어. 그러자 배는 여자 혼자가 된다. 이어진 장면에는 태풍을 만난 그때 이미 죽은 남자의 모습이 보여진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구조되지 못했다. 여자는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남자의 환영이 필요했는 지 모른다. 남겨진 자가 슬픔을 견디는 방법이었는 지 모른다. 그렇게 이별을 할 시간이 필요했는 지 모른다. 그것은 비단 사고 시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과 이별하였을 때, 보고 싶어도 영영 못 보는 사이가 되었을 때가 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생생한데, 여자가 커다한 바다 위에 혼자 있었다. 아무도 없이 혼자 그 큰 바다에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나 막막해서 무시무시해보였다. 여자는 구조되고, 타히티 섬으로 돌아와 남자가 직접 만든 배를 타고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지금도 항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실화라고 했다. 아, 태풍을 맞은 배는 남자의 배가 아니었다. 미국인 부부가 두 사람에게 여자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까지 옮겨다주면 거금을 주겠다고 한 배였다. 남자는 두 사람이 세계여행을 할 자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그랬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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