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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명화_4인용 식탁
    극장에가다 2007. 7. 30. 14:31
    주말의 명화에 대한 단상.
    4인용 식탁


       얼마 전에 우연히 <4인용 식탁>에 대한 리뷰를 읽었는데 글이 정말 좋았다. <4인용 식탁>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리뷰였다.

       <4인용 식탁>을 처음 본 시간은 대낮이였다. 학교에서 을지로로 가서 친구랑 둘이 봤었던 거 같다. 둘이서 아이들이 의자 위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고 이야기했던 거 같다. 그리고 전지현의 연기가 별로라는 말도 했던 거 같고.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그 어두컴컴한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도 해가 쨍쨍하게 떠 있었다는 거. 

       리뷰를 읽고 비디오를 빌려봐볼까 생각했었는데 마침 KBS에서 방영해줬다. 어젯밤에는 집에 혼자 있었는데 불을 모두 꺼놓고 <4인용 식탁>을 보는데 왜 그렇게 무섭던지. 몇걸음밖에 안 되는 화장실로 얼마나 후다닥 다녀왔는지 모른다. 또 이런 때 화장실은 왜 그렇게 자주 가고 싶은건지.

       어제 다시 한번 <4인용 식탁>을 보면서 느낀건데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대사였던 거 같다. 정연(전지현)이 '그런데 애들 좀 눕이셔야겠네요'고 말하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정연(전지현)과 정숙(김여진) 사이의 사건. 정연과 정숙이 한번씩 뒤를 돌아볼 때. 떨어지는 여인과 정연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말 무섭게 늘어져있는 식탁의 아이들. 혼자서 봐서 그런지 다 무서웠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과거의 상처, 소통의 부재, 내가 너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니가 죽었다는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죄책감. 그것들로 인해 견딜 수 없게 힘들어지는 공포스런 시간들. 4인용 식탁이지만 그 식탁에서 4명이 함께 밥을 먹는 순간은 마지막 엔딩씬뿐이다. 조명이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네 사람에게로 맞춰져 있는 4인용 식탁. 결국 과거의 상처와 너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는, 너의 말을 믿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서 온전한 4인용 식탁을 꾸리지 못한 정원(박신양). 뜨거워서 뻐근하고 뻐근해서 아직도 아픈 소통이 단절된 아파트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서 무섭고 슬펐던 영화였던 거 같다.

       이수연 감독님은 그 후로 뭐하시는지. 빨리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벌써 개봉한지 4년된 영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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