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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휴가 -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극장에가다 2007. 7. 30. 01:58

    모든 게 꿈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이주일 주연의 영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를 보는 민우(김상경)는 처음에는 영화가 재밌어 마구 웃어대다가 나중에는 눈물이 촉촉히 고인다. 이 장면은 영화 속 장면이기도 하고 실제 <화려한 휴가>를 보는 극장 안 관객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화려한 휴가>는 초반에 여러 코믹요소들로 관객들을 웃기다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관객들을 울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록키2>도 아니고, <라스트 콘서트>도 아닌 이주일의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를 영화 속 영화로 넣었다고 한다. 5.18을 저지른 사람들의 무자비한 행위를 가르키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에서 벌어지는 공수부대의 시민을 향한 무자비한 공격의 시작.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원빈이 전쟁터 가운데서 꿈결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던 '모든 게 꿈이였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를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이 똑같이 내뱉는다. 모든 게 꿈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기억해주세요.

       1980년 5월 27일. 처음 알았다. 내가 태어난 그 날이 광주도청에서 죄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날이란 걸. 이 나라 군인이 이 나라 국민을 향해서 총부리를 마구 휘두른 그 날 내가 태어났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5.18을 기억하는 것 같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5.18을 알지 못한다.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에 일어난, 그 날로 인해 죽었고 그 날로 인해 평생 지우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잠시 잊어버렸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그 날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로서 성공적인 것 같다. 실제로 내 옆에 앉았던 소란스러웠던 한 커플은 계속해서 탄성을 지르면서 정말 저랬던 거야,를 연발했으니까.


    총보다 무서운 건 바로 사람일세.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걸까? 5월의 광주를 예전처럼 치열하게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도 괜찮은걸까? 뭔가 보여주겠다는 그 분 때문이였겠지만 5월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총부리를 마구 휘갈겼던 공수부대원들 잘 살아가고 있는걸까? 무엇보다도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죽거나 상처입은 사람들이 많은데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그 분이 있는 대한민국, 정말 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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