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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16. 4. 16. 22:18

     

     

     

       감기가 왔다. 체력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병치레 없던 내게 올해 벌써 두 번의 병이 찾아왔다. 잠시, 아무래도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병이 나으면 더 열심히 체력을 길러야 겠다, 고도 생각했다. 감기가 갑자기 독하게 온 탓에, 지난 선거날은 하루를 온전히 앓는데 보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시간이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느즈막이 선거는 했다. 낮에도 힘들었지만, 밤에는 더 힘들었다.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가만히 앉아 있곤 했다. 저번 장염 때 급휴가를 많이 써서 이번에는 참아봤다. 낮에는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금요일, S가 출근 첫 주를 마치며 합정에서 같이 맛있는 밥을 먹자고 연락해왔지만,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을 알아둔 터라 함께 하지 못했다. 그녀의 한 주가 무척 궁금했는데. 결국 자유로에서 차가 많이 막혀 야간진료 시간도 맞추지 못했다. 어젯밤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끙끙 앓았다. 자고 싶은데, 잠에 들 수가 없고, 괴로운 마음이라도 떨쳐 보자며 티비를 틀었다. 이런저런 웃긴 프로그램들이 하고 있었지만 집중이 안됐다. 그러다 얼마 전 보다가 한 회만 남겨둔 세계테마기행 홋카이도 편이 생각났다. 정창욱 요리사가 겨울의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마지막 4회를 틀었다. 눈밭이 펼쳐졌다. 그 풍경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고맙게도 잠이 찾아와 줬다.

     

       아침에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인후염이 심하다고 하고, 3일치 약을 지어줬다. S가 죽 기프트콘을 보내줘 돌아오는 길에 죽집에 들렀다. 죽집에서 물을 한방울도 섞지 않은 배즙을 팔길래 그것도 샀다. 어떻게든 주말에 이 감기를 떨쳐내야 한다. 의사는 10분에 한번씩 물을 마시며 목을 축여주라고 했다. 집에 와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운동 갔다 돌아온 동생이랑 나란히 누워 티비를 봤다. 티비를 보다 둘다 꿀잠을 잤다. 낮잠에 빠져들면서 생각했다. 아, 잘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늦은 오후에는 마트에 가서 삼치를 샀고, 오는 길에 망설이다 커피집에 들렀다. 커피집 사장님이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냐며 오랜만에 오셨다며 안부를 물었다. 따뜻한 것은 되도록 피하라고 병원에서 말해줘서, 차가운 라떼를 시켰다. 이 집 아이스라떼가 고소하다. 고흐의 편지글을 몇 페이지 읽다 집에 왔다. 삼치를 바삭하게 구워 남은 죽과 함께 먹었고,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두둑- 아주 커다란 소리였다. 바람도 세게 불었다. 젝스키스가 나온 무한도전을 보고 나서, 티비를 끄고 가만히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순간 마음이 출렁했다. 라이터를 찾아 오랜만에 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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