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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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주어서 고맙습니다서재를쌓다 2009. 9. 25. 00:40
컴퓨터 시계가 21시가 되자마자 메일을 보내고, 엑셀 파일을 열어서 오늘의 숫자를 입력하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왔다. 서대문까지 걸어와서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는 스페이스 공감에 나왔던 박지윤 공연 영상을 봤다. 그걸 보느라고 군자에서 한 정거장 더 가버렸다. 아차산에서 다시 군자로 되돌아와서, 7호선으로 갈아탔다. 역에서 나오기 전에 지하철 안 쎄븐일레븐에서 씨네를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샀다. 은행에 들러 돈도 뽑았다. 맥주를 한 캔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들어왔다. 엠비씨 수목드라마, 정말 할 말이 없구나. 저게 뮝미? 으아. 9월이 가고 있다. 추석, 10월. 제발 시간이 늦게 갔으면. 9월에 이런 책들을 읽었다. 의 단편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읽는 동안 마음이 시큰거렸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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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클리닝 - 피칸파이를 추천해드려요극장에가다 2009. 9. 18. 00:06
이 날,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시러 투다리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세 번째 안주 (내가 다 먹었으니 나의 안주구나) 시샤모를 시키기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그 비를 맞으며 지하철 역까지 걸었고, 나는 (이건 온전한 나) 집에 오는 길에 분홍색 타자기가 그려진 주간지를 샀다. 그 날, 우리는 첫 번째, 두 번째 안주, 그러니까 감자베이컨말이와 육포를 먹으면서 어쩐지 이 영화는 뭔가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더 깊이, 더 멀리 나갔어야 했는데, 영화는 그러지 못했다고. 그렇게 끝나 버린 게 못내 아쉽다고. 그래도 좋은 영화였다고. 그 날, 나는 영화를 보면서 울어버렸는데, 영화 속 자매가 어느 날 밤에 우연히 티비에서 엄마가 출연했던 (그렇게 보고싶어했던) 영화의 '피칸파이를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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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 산드라 언니는 여전히 멋지군요!극장에가다 2009. 9. 6. 22:04
Y언니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로코 마니아. 나는 우울한 밤이면, DVD로 로코를 틀어놓고 볼만큼 보다 잔다. 그러면 뭔가 내일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안심이 된다. 얼마 전, 중고로 구입한 DVD도 몇 번을 되풀이해서 보다 잠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끝까지 보기도 했지. 로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으니까, 늘 나를 꿈꾸게 해주니까, 때론 나를 위로해주니까, 나이값 못한다고 욕할지 몰라도, 로코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단, 잘 만들어진 로코의 경우에 그렇다. 혹 잘 만들어지지 못했더라도, 뭔가 나랑 통하는 한 장면이라도 있으면 좋다. 여기서 로코는 로맨틱 코미디. Y언니의 표현이다. 저번주 씨네21 특집이 바로 로코였다. 와 개봉 기념 특집이랄까. '씨네21이 선정한 현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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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 오두리 토투'만' 보아요!극장에가다 2009. 9. 2. 22:31
요즘 몸을 좀 가볍게 하려고 먹는 걸 줄이고, 예전보다 좀 더 걷고 있다. 집으로 오는 길이면, 또 저녁을 못 먹는다는 사실과 내일 점심 때 뭘 먹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책이고 음악이고 읽고 들을 틈이 없다. 이틀 전부터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동네에서 가장 큰 홈플러스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있는데, 거긴 넓으니깐 구경도 하고 걸을 수도 있다. 그제랑 어제는 샐러드를 먹었으니, 내일은 야채랑 닭고기, 새우를 듬뿍 넣은 월남쌈을 싸가자고 왕십리 역을 지나며 생각했다. 월남쌈 재료를 사러 갔는데, 그 매장은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화장품 코너, 다음이 맥주 코너다. 홈플러스 매장에는 얼마나 많은 세계 맥주가 있는지. 며칠 전에는 그냥 와 버렸지만, 오늘은 프랑스 맥주를 한 병 샀다. 아주 작고 귀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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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 Bye Bye Blackbird극장에가다 2009. 8. 22. 22:19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씨네21 20자평을 봤는데 아무래도 그 날 내가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20자평들은 뭐랄까. 극찬에 극찬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평들을 봤는데, 나처럼 지루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 날 나는 피곤했지만, 그래서 영화를 잘못 본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그래도 빵빵 계속해서 쏟아지는 총소리때문에 계속 깼다. 결국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화 보는 내내 깨알같은 잠을 자 주었다. 그러다 마지막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정신을 차렸는데, 이 영화가 좋은 이미지로 남은 이유는 이 마지막 30분 정도 때문이었다. 가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 두 스타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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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해피 플라이트극장에가다 2009. 8. 9. 20:58
두 영화 다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그래도 는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은 흠. 흠. 주말에 슬리퍼 질질 끌고 동네에 혼자 을 보러 갔다. 따땃한 라떼도 마시고, 좋은 영화를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었다구요. 혼자 보는 영화에, 맛난 커피까지. 그런데. ㅠ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들은 대충 이렇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라서 배우들이 대부분 옷 한 벌로 영화 끝까지 가는데, 신민아의 하얀 티와 빨간 나시가 너무 예뻤다. 어디 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파마 머리도 예뻤다. 저 스타일로 하려면 파마비 얼마 나올까, 나한테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 호주의 풍광은 멋지구나, 하지만 왜 꼭 저기까지 가서 이렇게 맥 빠지는 스토리로, 라는 생각. 박해일은 여전히 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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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걱정마요, 왼쪽을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니까극장에가다 2009. 8. 9. 20:23
어느 영화 상영 전에, 예고편으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고여서, 9월 상영 예정이라는 안내를 기억해뒀었다. 꼭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사회가 있어 생각보다 일찍 8월에 영화를 만났다. 예고편이 너무 슬퍼서, 뜯지도 않은 새 휴지를 가지고 갔었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후반부에 새 휴지를 뜯고 두 장을 꺼내서 한 장은 내가 닦고, 한 장은 옆사람을 주었다. 를 보고 오래 전 초난강이 나온 일본 영화 을 보고 H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언니는 이 영화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 남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아주 오래전 영화고, 아주 오래전 말이라, 영화 내용도, 언니의 말도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는데. 이상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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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의 태양 - 길을 떠나는 당신에게극장에가다 2009. 8. 4. 21:59
길을 떠나는 당신에게 짧은 답장을 쓰다, 이 영화가 생각났어요. 이동진 기자의 칼럼에서였을 거예요. 이 영화를 소개한 글을 읽었는데, 당장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거예요. 그런데 디비디는 모조리 품절이고. 어떻게 봐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다, 케이블 방영예정 리스트를 뒤적거렸어요. 그러다 스토리온에서 방송해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날, 그 시간만을 기다렸죠. 역시 내 인생은 잠 때문에 망할 거예요. 자느라고 중간부분까지 다 놓친 거예요. 벌떡 일어나 땅을 치며 후회하면서 뒷부분을 봤는데, 영화 배경인 투스카니가 그렇게 멋진 거예요. 내가 다이안 레인의 외모를 사랑한다는 얘기 했나요? 난 아직도 을 케이블에서 해 주면 몇 번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멍 때리고 다시 보는 사람이거든요. 에서도 다이안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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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극장에가다 2009. 8. 1. 23:11
드디어 을 봤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보길 잘했다.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슬퍼서 혼자서 방 안에서 보면 안 되겠더라. 영화를 보기 전에 누군가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자도 나눠 먹고, 그리고 앞뒤로 극장에 앉아 영화를 나눠 보고, 함께 짧은 거리라도 걸어야 하는 영화였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크레딧이 오르고 슬픈 테마 음악이 흐르는 순간, 다시 영화가 시작되는 그런 영화였다. 마음이 마냥 먹먹해지는 영화였다. 아프고, 아파서 '영화보다 더 좋다더라'는 원작소설을 집에 와 당장 주문하게 되는 영화였다.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책이 도착했다.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늦잠을 잤는데, 영화와 같은 꿈을 꿨다. 나는 꿈 속에서 오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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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 모험으로 이끌 우리의 구호, 까옥 까옥 으르렁!극장에가다 2009. 8. 1. 18:11
요즘 부쩍 여행책과 그림책에 관심이 가는 나는, 며칠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그림책과 여행책을 뒤적거리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책을 원하는지 생각해냈다. 정보와 감성이 함께 하는 책. 누구나 내는 여행책 말고, 어떤 곳을 다녀왔으나 그 사람 특유의 감수성이 듬뿍 묻어나 있는 책이면 좋겠다. 그게 꼭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책을 찾기가 쉽지가 않더라. 그러던 중, 보게 된 픽사의 . 이건 내가 찾던 여행책이 아니던가. 더구나 은 아름다운 그림책이기도 했다. 아, 나는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에 앉아 이 여행책을, 이 그림책을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넘겨 봤다. 어떤 페이지에는 흥분해서 침을 잔뜩 묻히고, 어떤 페이지에는 눈물 한 방울을 훔쳐 찍으면서. 흠흠. 픽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