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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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봄극장에가다 2012. 3. 1. 14:14
이 영화를 이틀 연속으로 봤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울었다. 두번째는 어떤 장면에서 울었다. 월요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OST를 들으면서 야근을 하는데, 그 생각이 났다. 처음에 모든 장면에서 울고, 두번째에 어떤 장면에서만 운 것. 어떤 슬픔을 견딘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슬픔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무뎌지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첫번째는 모든 것에 울고, 두번째는 어떤 것에 우는 것. 어떤 것들은 여전히 슬프고, 어떤 것들은 견딜 수 있어지는 것. 2월에 나는 라는 제목의 영화를 두 번 봤다. 하와이에도 슬픔이 있다. 고통도 있고, 고독도 있다. 하와이에도 떠나는 자가 있고, 남겨지는 자가 있다. 이 영화는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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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극장에가다 2012. 2. 12. 11:14
나는 죽은 뒤에 뭔가 남는다거나, 다시 태어난다는 거, 믿지 않아. 왜. 믿고 싶지 않으니까. 어째서. 가혹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뭐가 가혹해. 예를 들어, 네가 죽어서 나한테 붙는다고 해도 나는 모를 거 아냐. 모를까. 모르지 않을까. 사랑으로, 알아차려봐. 농담이 아니라, 너는 나를 보는데 내가 너를 볼 수 없다면 너는 어떨 것 같아. 쓸쓸하겠지. p.56 대니 드비토 너의 이름은 유라. 나의 이름은 유도씨. 황정은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유라. 죽은 원령이다. 나는 죽었고, 유도씨는 살아가고 있다. 나는 죽었고, 원령이 되었다. 언젠가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나눴던 말. 내가 먼저 죽으면 유도씨가 나를 붙여줘. 나는 죽어서도 쓸쓸할 테니까. 그러자 유도씨가 붙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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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12. 2. 4. 11:13
웰컴 투 마이 하트. 자전거 탄 소년. 치코와 리타. 헬프 * 크레이지 하트 * 아티스트. 디센던트 (2) 셜록 * 마릴린 멀로와 함께한 일주일. 언 애듀케이션 * 건축학 개론. 언터처블. 그녀가 떠날 때. 말하는 건축가. 흔히 있는 기적. * 나는 너의 것. 방황하는 소녀들. 원데이. * 내 아내의 모든 것. 코리아. 은교. 죽은 시인의 사회. * 와니와 준하. * 후궁. 멜랑콜리아. 원더풀 라이프. 블루 발렌타인. 투스카니의 태양. * 시작은 키스. 코쿠리코 언덕에서. * 폭풍의 언덕. 해피해피 브레드. 미드나잇 인 파리.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반딧불 언덕에서.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파닥파닥.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 케빈에 대하여. 도둑들. 이웃사람. 577프로젝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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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이야기 - 머니볼, 50/50극장에가다 2011. 12. 6. 22:46
주말 내내 뒹굴다가 일요일 저녁에 청량리에 영화를 보러 갔다. N언니를 만난 날, 언니는 라오스에 꼭 가보라고 했다. 아직도 거길 생각하면 설레인다고, 아직도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지금까지 언니가 다녀온 여행지 중에 최고라고 했다. 언니의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창에 '라오스 여행'이라고 치니, 모두들 거기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뿐이었다.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니는 언젠가 삿포로도 꼭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겨울의 삿포로. 삿포로의 골목집 어느 이자까야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조용한 연기. 그 딱 한 풍경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 건 언니였나, 언니가 언젠가 들었던 라디오의 유희열이었나. 일요일에 을 봤고, 나도 삿포로 골목길 이자까야의 풍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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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앤 차일드 - 그녀의 편지극장에가다 2011. 10. 26. 21:27
내내 잤다. 6시쯤 한 번 깨고, 9시쯤 한 번 깨고, 12시쯤 한 번 깨고. 3시에야 정신을 차렸다. 은행에 가서 동생이 모은 동전을 바꾸고, 마트에 가서 믹스커피랑 파인애플 사고,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커피집에서 라떼를 샀다. 커튼 내리고 불 다 끄고 라떼 마시면서 이 영화를 봤다.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개봉관이 적어 놓쳤다가 이제야 본 영화. 원래 오늘 광릉수목원에 다녀오고 싶었다. 배가 아파 내내 잠만 잤는데, 다행이었다. 이번 휴가는, 이 영화 하나로 충분했다. 아네트 베닝의 주름이 아름다웠다. 아네트 베닝은 14살에 나오미 왓츠를 낳았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딸은 바로 입양되었다. 나오미 왓츠는 새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와는 연락도 않고 지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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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영화극장에가다 2011. 9. 20. 21:23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더라. 예전에는 커피 자판기랑 캔음료 자판기만 있었는데, 이제 우유 자판기가 생겼다. 들여다보니 흰우유, 커피우유, 초코우유 다 있고, 플라스틱 커피 음료도 들어있다. 신기하다. 유통기한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하긴 여긴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많으니 우유 많이들 사 먹을 것 같다. 4층에서 대출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서 시장 초입에 있는 만두집에서 고기랑 김치랑 반반 섞어 만두 1인분을 샀다. 다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집에 들어와 밥 먹고, 씻고, 창문 활짝 열어놓고 설겆이 하고 가스렌지 때도 간만에 문질러주고. 아, 정말 가을이다. 이렇게 추워지다니. 긴팔 추리닝을 꺼내 입으면서 이건 반칙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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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애 - 愛극장에가다 2011. 5. 22. 19:06
토요일에 비가 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다. 홍대에서 순대국을 먹고 271번 버스를 탔다.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을 지나 씨네코드 선재로 가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쌀쌀해졌다. 시청에 가서 안치환의 그 날들,을 듣고 271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영화에 시와 노래가 나왔다. 오늘은 하루종일 잠을 자다 막내동생은 한강에 놀러 나가고, 둘째동생은 회사동료 부친상으로 경북 상주에 내려간다고 나간 뒤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방을 닦았다. 우리는 오늘 점심으로 자장면에 짬뽕에 군만두를 먹었다. 나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빨래를 널었다. 티비를 껐다. 해가 졌다. 조용한 일요일 밤. 오월에는 좋은 날들이 많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생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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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한 소년이 죽었다극장에가다 2011. 5. 4. 23:38
이 영화에 대한 40자평을 보고 있다. 영화만큼 섬세한 평들. 나 역시 이 영화가 무척 좋았다. 나는 그 날 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지. 내게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매개체는 함께 나눠 먹은 음식과, 그 날의 날씨, 공기의 흐름. 우리는 이대 후문 앞 필름포럼에서 이 영화를 봤다. 이대역에서 내린 나는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이대 교정을 걸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우산을 준비한 날이었다. 아니다, 오전에 비가 왔던가. 교정을 걸을 때 공기 가득 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무에 새싹이 돋아 있었고, 꽃이 피어 있었다. 바람이 조금 불었다. 우리는 커다란 장우산을 하나씩 들고 만났다. 한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밥도 나오고, 된장찌개도 나오고, 돼지고기도 나오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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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 - The Origin of Love극장에가다 2011. 4. 25. 22:51
지난 토요일에 한 일에 대해 써야겠다. 지난 토요일은 출근하는 토요일. 1시에 일이 끝났다. 합정에 도착하니 1시 반즈음. 동생이랑 밥 먹으려고 했는데 피곤한 동생님이 거절. 마음산책 책을 반값에 판다길래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 들렀다. 요네하라 마리 책 두 권을 사고 튼튼한 마음산책 가방도 받았다. 책은 표지가 조금 더러운 상태. 상관없다. 내 지저분한 가방에 들어가면 새 책이 바로 헌 책된다. 버스를 탔다. 대학로로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영화 시간을 놓칠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해져서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종로에서 차가 완전 막혀 영화 시간 임박. 이럴 때 유용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씨네코드 선재에 알맞은 시간대가 있었다. 종로에서 내려 인사동까지 걸었다. 배가 너무 고파 옥수수 호떡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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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에이프릴 스노우극장에가다 2011. 4. 19. 23:52
영화 한 편 보지 않으면 주말을 보낸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주말이면 꾸역꾸역 집 앞 극장에 가는데, 저번주에는 도저히 근처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티비영화를 봤다.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켜뒀던 형광등을 껐다. 창문은 활짝 열어뒀다. 방 안으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들어왔다. 한겨울 지나 구입한 봄 이불을 꺼내놓고 맥주 한 잔도 투명한 잔에 따랐다. 이윤기 감독의 가 시작됐다. 영화를 본 다음 날, 거짓말처럼 비가 왔다. 영화는 그림 같은 이야기다. 배우들도 그렇고, 영화 속 집도 그렇고, 이 두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다. 여자는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배웅해주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다. 집을 나가겠다고. 돌아오면 맛있는 밥을 먹자는 말처럼 그렇게 툭. 집을 나가겠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