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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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 천사의 비밀 - 베라 파미가의 팬이 되었지요극장에가다 2009. 7. 28. 22:14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온전한 베라 파미가의 팬이 됐다. 같이 본 B씨는 자기가 베라 파미가의 광팬이라면서, 을 보고 울었잖아요, 라고 말했지만. 어이없게도 영화보는 내내 그녀가 베라 파미가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그런 사이비 팬이 아니란 말이지. 머리가 길든, 짧든, 파마를 하든, 안하든 언제나 알아 볼 수 있는 그녀의 완전한 팬이다. (B씨, 반성하세요!) 그래, 나도 B씨처럼 을 보고 그녀의 팬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그녀에게서 우아하고도 애잔하고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그 전에도 그녀가 출연하는 몇 편의 영화를 보긴 봤지만, 그 땐 나도 B씨처럼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 전체에서 풍기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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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 유머코드만 맞는다면,극장에가다 2009. 7. 19. 18:05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금요일 밤에 이 영화를 보고 흡족한 마음에 집에 들어왔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로라는 평이 꽤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유머코드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데. 나는 만족스러웠다. 어쩜 그렇게 웃기던지, 한참을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 유머코드라는 게, 맞는 사람에게는 흡족한 웃음을 줄 수 있지만, 안 맞는 사람에게는 괜한 짜증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고런 유머코드랄까. 예를 들면, 영화 속 형사 캐릭터 중에서 남은 물건을 슬쩍 자기 주머니에 집어 넣는 심각한 표정의 소유자께서 등장하시는데 (그 물건이라는 건 캔커피나 담배 등등) 다음 날 아침에 아무렇지도 않게 우아하게 고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에 웃음이 펑,하고 터져야 맞는 유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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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 마침 비도 왔다극장에가다 2009. 7. 16. 23:33
(약간의 스포일러랄까. 제멋대로 생각하기엔 말이죠. 아무튼 고런 것이 있어요) 마침 비도 왔다. 하긴 요즘 계속 장마였으니. 마침 비도 왔고,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신났다. 아주 흡족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 가슴 설레여하며 본 일본 드라마 의 미칸짱처럼 맛있는 규동을 저녁으로 먹었다. '청춘'이라는 일본 이름의 조그마한 가게였다. 따뜻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일리 캔커피도 입가심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반만의 준비를 끝내고 을 맞이하러 극장에 들어갔다. 보고 나면 월요일의 밤시간이 뿌듯한, 그런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흠.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그저 그랬다. 같이 영화를 본 Y언니는 영화에서 익숙치 않는 언어가 흘러나오면 스르르 잠이 든다고 했다. 나는 흠, 프랑스 영화랑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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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햄123 - 덴젤 워싱턴은 좋았지극장에가다 2009. 6. 22. 00:16
보고 싶어서 극장 간 거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을 봤다. 그것도 두 배우와 감독 이름 때문에 선택한 거였는데, 많이 실망스러웠다. 재미가 없었다. 이야기 자체도 긴장감이 없고, 영화 속에서 사람이 사람 잡아다 놓고 총으로 쏴 죽이는 게 이젠 진짜 같아서 즐길 수가 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가 생각나서 혼났다. 존 맥클레인 형사, 보고싶소- 난 그를 심하게 아낀다. 특히 1편의 그를. 내 여러 번 보았지. 에서 딱 하나 건질 게 있다면, 내 경우에는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이 이 영화때문에 거의 백 킬로그램까지 살을 찌웠다는데, 영화보는 내내 아니 대체 왜 살을 찌운거지, 살 찌울 필요가 없는 영환데 투덜댔었다.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이 딱 한 장면있는데, 존 트라볼타를 잡기 위해 꽉 막힌 뉴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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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나는 흔들리고 또 흔들리지만,극장에가다 2009. 6. 21. 10:54
영화를 보다 깜짝 놀랐다. 장남의, 첫째 형의 기일에 맞춰 모인 가족들. 둘째 딸네가 먼저 떠나고, 부모님과 막내 아들 가족네와의 저녁상. 메뉴는 장어덮밥. 어머니는 밥을 먹다말고 가끔 혼자서 듣곤하는 LP 한 장을 꺼내 온다. 그리고 아들에게 한 번 틀어보라고 한다. 지지직거리며 시작된 노래. 그 노래는 영화 속 어머니의 아픔의,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고, 나의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고, 노래 속 가사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건 모두 10년 전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는 10년 전에 아들이 죽었고, 나는 10년 전에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10년 전, 우리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 친구는 일어수업을 갓 듣기 시작했다. 쉽고 간단한 일본 노래들을 수업시간에 배워왔는데, 하나는 토토로의 주제곡이었고, 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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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 고순이 언니, 최고로 멋져요!극장에가다 2009. 6. 13. 14:19
5월에 본 영화. 지금은 벌써 6월의 둘째 주 주말. 영화를 함께 보러 간 우리 셋은, 영화를 보기 전 5월의 중국집에서 새우볶음밥 따위를 먹으며,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출연하는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쓴 소설 한두 권쯤은 읽었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를 사모하기까지하는 사람 셋 정도는 모여서 봐줘야한다고, 그래야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가 쓴 소설 한두 권쯤 읽었고, '강간범'을 연기한 그를 사모하기까지하는 우리 셋은 중앙시네마 스폰지하우스 앞좌석에서 나란히 앉아 이 영화를 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날은 즐거웠다. 중국집에서 본 오늘의 운세 문구가 아주 좋았으며(셋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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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밝은 미래극장에가다 2009. 5. 19. 22:12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 전에 '이를테면, 여행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말대로 서른 살 남자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닭살스런 제목 의 생선 작가. 물론 나는 그를 아주 가끔 지켜봤지만, 그는 단 한번도 내 존재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 자리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작가와의 만남' 자리였다. 이 이벤트를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이벤트 신청의 달인인 나는 어느새 응모버튼을 누르고 있었는데. 난 그를 아주 가끔(오해마시라. 난 스토커가 아니랍니다. 미니홈피와 라디오를 통해) 지켜본 사람이지만, 그의 책은 사지도, 빌려 읽지도 않았으니 '이를테면, 아주 불량 독자'였다. 하지만 이벤트에 아주 잘 당첨되는 나는 이번에도 떡 하니 당첨이 되었고, 덕분에 그의 책을 구입하고, 제대로 된 독자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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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이건 멜로영화구나극장에가다 2009. 5. 6. 22:38
(이를테면, 스포일러가 있어요) 를 봤다. 좌석을 쭉 둘러보니 매진이었다. 누군가는 개봉 첫 날 벌써 보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러다 우리 지옥가요'라는 대사를 미리 메신저에 등록시켜놓았었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 를 봤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고 하는데, 나는 괜찮았다. 두 시간 넘는 상영시간 내내 긴장하며 봤다. 송강호가 너무나 맛나게 피를 소리내서 쪽쪽 빠는 장면에 침이 꿀꺽, 신부 박인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팔에 칼을 대며 '드세요' 할 때도 꿀꺽, 김옥빈이 옷을 벗을 때도 꿀꺽꿀꺽, 야한 장면이 나올 때는 꿀꺽꿀꺽꿀꺽, 송강호가 충분한 양식을 섭취하지 못해 징그러운 뽀드락지가 솟아날 때도 꿀꺽. 긴장의 연속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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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과 영화 이야기들모퉁이다방 2009. 4. 26. 21:30
오늘은 달게 늦잠을 잤고, 꿈도 꿨다. 한옥집으로 이사하는 꿈이었는데, 그 한옥집이 근사했다. 국민학교 친구들도 만났다. 그 한옥집은 지금 사는 곳보다 꽤 먼 곳에 있었고, 친구들은 먼저 떠나는 바람에 나는 지리로 모르는 그 곳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면서 서성거렸지만, 깨어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뭐 괜찮았던 꿈이었던 것 같다. 꿈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이야기를 해버리거나, 어딘가에 끄적이고 나면 이상해 보이는 이야기니까. 고 느낌이 중요한 거니까. 괜찮은 꿈이었다. 최근에 내 주위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중 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줬다. 꿈을 꾸면 좀 더 즐거울텐데요. 꿈을 꾸면 꿈꿀 수 있으니까. 내 생각은 그렇다. 지난 책과 영화 이야기들. 그냥 보고 흘려버린 것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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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영화와 책극장에가다 2009. 4. 15. 00:12
를 본 건 3월의 일이다. 김연수의 에 관한 칼럼은 읽은 건 4월의 일. 시간이 빨리가고 있다. 그동안 영화잡지를 꾸준히 사(얻어) 보면서 에 관한 글을 많이 읽었다. 좋다는 글도 있었고, 좋지 않다는 글도 있었다. 어떤 부분은 거듭 읽으면서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부분은 말도 안돼,라며 혼자서 열을 내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읽은 김연수의 칼럼. 첫 줄 '본디 이 칼럼이 고향친구를 떠올리며 영화에 대해 떠들어댄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걸 알지만, 오늘만큼은 그 정다운 얼굴이 좀 빠져주셨으면 한다.'로 시작해 마지막 줄 '부터 볼 테니까 아예 칼럼제목을 '나의 친구 그녀의 영화'로 하면 안될까?'를 읽는 동안 내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을까. 같이 영화를 봤던 H씨는 (내게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