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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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나잇 - 어젯밤 혹은 마지막밤극장에가다 2011. 4. 10. 20:03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곱게 핀 목련꽃이 비로 인해 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영화의 배경은 가을 즈음. 집에 가서 얼른 누워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들어오니 맥주 생각이 났다. 어제 사두고 마시지 못했던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조안나는 어젯밤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꺼냈을까.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멋진 점심을 먹고 돌아와 푹 쉬었을까. 조안나가 어젯밤 일을 고백하고, 마이클도 자신의 어젯밤을 고백했을까. 그래서 어젯밤이 마지막 밤이 되었을까. 누가 더 잘못한 걸까. 욕망을 누르지 못한 쪽이, 욕망은 억제했지만 마음을 키운 쪽이? 우리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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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극장에가다 2011. 2. 1. 19:06
월요일 휴가였다. 실컷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일어나던 버릇이 있어서 아침에 잠이 깼다. 눈을 감았다, 떴다, 티비를 봤다, 다시 잠이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케이블에서 해 주는 조라이트 감독의 을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이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얼마나 예쁘며, 매튜 맥퍼딘은 백퍼센트 다알시다.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보이는 표정들은 내 마음을 얼마나 설레이게 하는지. 서로를 훔쳐보는 눈빛, 특히 다알시의 간절한 눈빛, 어깨까지 들썩거리는 미세한 두근거림, 그리고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벌판 위에서의 고백. 그 장면도 좋다. 다알시 집에 방문하게 된 엘리자베스. 다알시가 데려다 준다고 하자, 걷는 게 더 좋다며 거절하는 장면. 그러자 다알시가 안다고, 당신이 걷는 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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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11. 1. 10. 20:57
심장이 뛴다. 호타루의 빛 * 심플 플랜. 아이 엠 러브. 환상의 그대. 윈터스 본. 만추. 혜화, 동. 블랙 스완. 컨트롤러. 파이터. 킹스 스피치. 신참자 * 고백. 라스트 나잇. 수영장.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제인 에어. 파수꾼. 무산일기. 세상의 모든 계절. 소스 코드. 써니. 오월애. 굿모닝에브리원. 쿵푸팬더 2. 악인. 애정만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소중한 날의 꿈. 소중한 날의 꿈. 풍산개. 일루셔니스트. 블라인드 사이드. 마당을 나온 암닭. 로맨스가 필요해 * 블라인드. 화이트 크리스마스 * 러브레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북촌방향. 최종병기 활. 우동 うどん * 회색 거짓말. 딸기 아이스크림 * 완득이. 마더 앤 차일드. 레스트리스. 그래도, 살아간다 * 러브앤드럭스. 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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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모퉁이다방 2010. 11. 11. 21:44
겨울이 왔다. 두터운 이불 안에서 생각했다. 겨울이 왔다고. 지난 주에는 안개가 짙었다. 그 길을 걸었다. 지난 주 토요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저녁 늦게 영화를 보러 갔다. . 영화를 보고 조금 걸었다. 안개가 그득했다. 걸으며 친구가 추천해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존 크라카우어의 를 소개하는 에피소드 21. 지난 주에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날 밤, 안개 냄새, 불투명한 공기, 소설가의 목소리, 그 책, 그리고 나. 그 눅눅함이 이번 주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는 책장을 덮고나서 더 생각나는 책이다. 이번 주 내내 자꾸만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지곤 했다. 친구는 조금 울었다 했다. 그러던 차에 존 크라카우어의 새 책이 나왔다. . 당장 주문했다. 오늘 도착했다.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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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극장에가다 2010. 9. 27. 21:56
영화를 보고 꿈을 꿨다. 너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꿈. 일어나보니 가을이 와 있었다. B는 내게 심수봉의 노래를 보내줬다. 사랑의 마음. 너를 잃고 세상을 잃은 듯 절망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다른 사랑이 와 있었다는 이야기. 이문세의 옛사랑도 찾아들었다. 이건 슈퍼스타케이 때문인데. 아무튼.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그리고 그해봄에. 2001년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이제, 그 누구도 그 해 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유지태도, 조성우도, 허진호도. 그리고 나도. 그리워할 수는 있겠지. 어쩌면 그 편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공기의 흐름에 대해 생각했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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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 3 - 너희들의 좋은 이별극장에가다 2010. 8. 21. 22:08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이별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그 분이 이야기해 준 좋은 이별이란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헤어져야 하는 것이랬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 나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걸 좋은 이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그 분은 한사코 그렇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헤어졌고, 그건 좋은 이별이라고. 그 구체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이 있다는 거다. 를 봤다. 1, 2편은 못 보고, 3편만 봤다. 커다란 안경을 끼고 훌쩍거렸다. 그래, 이별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면 은 좋은 이별이다. 두 사람이 마음은 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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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 악마가 되었다극장에가다 2010. 8. 15. 21:21
금요일, 를 보았다. 몇 달 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다. 배우와 감독 때문. 그런데 보는 내내 괴로웠다. 정말 괴로웠다. 같이 보았던 지인은 우리는 어른이니까 잘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대고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되요. 저거는 가짜다, 저것도 가짜다. 다 소용없었다. 다 진짜처럼 느껴졌다. 악마를 보았고, 악마가 되었고, 악마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우리는 단골 보쌈집에서 막걸리 한 잔씩을 하고 택시를 타고 헤어지기로 했는데, 보는 내내 약속을 취소하자고 할까 생각했다. 악마를 만날까봐. 악마를 볼까봐. 휴가 때 본 뮤지컬 에서는 신성록, 이석준 이 두 배우가 2시간 동안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열연한다. 땀을 아주 뻘뻘 흘리면서. 나는 두 배우가 대사를 한 번도 까먹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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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 - 다시, 언니들.극장에가다 2010. 6. 13. 19:08
언니들이 돌아왔다. 돌아온 언니들이 실망스러웠다 해도 (영화 1편!) 나는 또 다시 언니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운명. '우리의' 언니들이므로. 요즘 일요일이면 조조영화를 보러 간다. 씻지도 않고 머리 질끈 묶고 안경만 대충 쓰고 나서서, 세 정거장을 버스로 간다. 맥도날드에 들러서 맥모닝 세트를 사고, 메가박스에서 조조영화 1장을 끊는다. 그리고 맥모닝 세트를 먹으며 영화 관람. 솔로의 일요일은 이렇다. 이러한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포기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언니들. (사만다 언니 빼고) 는 언니들의 결혼 후의 이야기이다. 특히 캐리언니. 1편에서 캐리 언니는 빅과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어떠할까? 그걸 볼려면 극장에 가야 한다는 말씀. 나는 언니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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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 내게도 투슬리스가 필요해극장에가다 2010. 5. 30. 16:27
까만 안경을 끼고 영화를 봤다. 시작 전에 그저 까만 안경일 뿐이었는데, 영화가 시작되니 그 너머로 환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애니메이션들이 나를 울린 지는 오래된 일. 부터 시작해서 까지. 이번엔 다. 몇 달전부터 극장 예고편 보고 찜해놨던 영화. 꼭 3D영화로 보고 싶었다. 결과는 대만족. 아주 신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 종반부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히컵이 아스트리드의 도움을 받아 어떤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 장면. 두 아이는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아스트리드는 현명하고 용감한 여자아이라, 히컵에게 용기를 복돋아줬다. 두 사람이 절벽 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저런 결심을 하고, 이런 저런 용기를 복돋아주는 사이, 두 사람 사이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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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당신의 노래극장에가다 2010. 5. 16. 22:05
를 보면서 어떤 게임을 생각했다. 한때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자주했던 그 게임. 조그만 종이를 펼쳐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버티는 게임. 그 종이가 반으로 줄어들고, 또 반으로 줄어들고. 종이 위에 선 두 사람은 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부둥켜 안고, 결국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리고. 그런데 그 위에 짝짓기 프로그램에서처럼 남녀 두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 윤정희만 존재한다. 그 종이는 처음에는 넉넉했다. 그 위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그 종이가 반으로 접히고, 또 반으로 접히고. 환갑이 넘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반으로 접히면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 윤정희도 그걸 안다. 어느 날, 윤정희는 그 종이 위에 쪼그려 앉아 꺼이꺼이 운다. 커다란 치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