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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극장에가다 2019. 3. 12. 21:09
이 글은 에 대한 스포일러 글이 될 것이다. 메가박스 의자가 얼마나 좋은지 상암 CGV가 메가박스로 바뀌고 나서 알게 됐다. 한 번 밖에 못 가본 1관의 의자는 아주 예술이다. 좌석과 좌석 사이에 수납공간이 있어 가방을 넣어놓을 수 있다. 다른 관도 의자의 쿠션감과 접촉감이 정말 좋다.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아주 작은 관조차도. 그런데 CGV에는 아트하우스 프로그램이 있어 예술영화를 종일 틀어주는 관이 있었는데, 메가박스는 아주 보기 힘든 시간대에만 배치해놓아 없는만 못하다. 보고 싶은 영화는 개봉주 평일에 되도록이면 봐야하겠더라. 그리하여 보고픈 영화들을 못 보고 있다는 이야기. 최근 관람한 영화로는 과 이 있다. 상영관이 많기 때문에 보게 되었다. 물론 재밌었다. 도 그러한데 (사실 이날은 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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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서재를쌓다 2019. 2. 27. 22:01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 중에 이 있다. 방구석처럼 꾸며놓은 세트장에 앉아 영화를 소개해주고,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프로그램. 나는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인데, 밤이 오지 않는 어떤 밤에는 이미 봤던 회인데도 그냥 틀어놓고 소리만 듣다 잠들기도 했다. 라는 영화가 있다.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성추행 사건을 파헤치는 보스턴 글로브 취재팀의 이야기인데, 나는 이 영화가 참 좋았다. 무료 영화일 때 여러번 봤다.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를 취재해가는 팀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안정이 되었다. 를 다룬 회에 임필성 감독이 나와 이 영화를 참 좋아해서 여러 번 보았다는 말에 격한 공감이 됐다. 얼마 전에는 편을 봤는데, 역시 참 좋았다. 영화도 좋고, 그 영화를 가운데 두고 나누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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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직통모퉁이다방 2019. 2. 27. 00:25
통영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려고 간만에 꺼내 충전을 했다. 저장공간이 부족해 지울 사진이 없나 첫 사진부터 쭉 봤다. 왠지 모르겠는데, 클라우드에 따로 옮겨놨는데도 지우질 못하겠다. 간만에 오래된 사진들을 보는데 뭔가 뭉클했다. 그곳에 리스본이, 포르투가, 바르셀로나가, 삿포로가, 오타루가, 강릉이, 울릉로가 있었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에서 류준열이 그러더라. 사진을 원래 찍지 않았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기록이 없으니까 기억이 자주 변형되더라고.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류준열의 사진기 속에 쿠바의 풍경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담겼다. 올해는 여행을 많이 하고 싶다. 좋은 풍경도 많이 담고 싶고,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러다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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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티비를보다 2019. 2. 19. 21:09
절반의 성공이다. 목표했던 바에 크게 못미치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는 나아졌다. 1월의 헬스 이야기. 한달치만 끊어서 다시 끊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탈의실 누수로 일주일이 연장되었다), 고민이다. 요가같은 GX가 있는 헬스장으로 끊고 싶은데, 집앞이 아니면 잘 가지 않을 것 같아서. 헬스를 끊고 처음 첫주를 부지런히 잘 다닌 것은 오지은 덕분이다. 오지은이 출연한 세계테마기행 때문. '기차를 타고 구석구석,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오지은이 안내하는 일본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면서 보려고 시간에 맞춰 길 건너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입장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운동복을 받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와, 물 두 컵을 재빠르게 마시고, 러닝머신 위에 서서 티비를 켜고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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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과 2월모퉁이다방 2019. 2. 13. 22:26
1월에는 만나는 사람의 아버지를 만났고, 2월에는 만나는 사람이 우리 부모님을 만났다. 1월에는 호수 근처에 있는 밥집에서 옻닭을 먹었고, 2월에는 이영자가 티비에서 추천해준 중국집에서 코스요리를 먹었다. 1월의 나는 몹시 긴장했는데, 2월의 그 사람은 그리 긴장해 보이지 않고 씩씩해서 대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물병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더라. 1월의 아버지와는 막걸리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그 사람은 운전을 해야해서 물만 마셨다. 아버지는 나를 유심히 보지 않으시는 것 같았는데, 막걸리를 반쯤 나눠 마셨을 때 인상이 좋다며 칭찬해주셨다. 앞으로 함께 맛있는 걸 자주 먹자고도 하셨다. 2월의 아빠는 그 사람을 가만히, 유심히 바라보더라. 자주 웃었고, 그 사람 명함을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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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여행을가다 2019. 1. 31. 21:33
작년 마지막 여행지는 포천이었다. 스파가 있는 펜션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펜션 홈페이지에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 그 시간에 맞춰 스파에 물을 채워 놓는다고 했다. 휴게소도 들리고 한 시간쯤 늦게 도착했다. 그리 친절하진 않았던 주인 아주머니가 스파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따뜻한 물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입욕제 금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덮어 놓을 것. 사용할 때는 뚜껑을 반으로 덮어 스파기 옆에 세워 놓을 것. 버튼 세 개를 가리키면서 1, 2, 3 이 순서대로예요. 끌 때는 3, 2, 1. 이렇게 끄세요. 1, 2, 3. 3, 2 1. 3번이 조명이었다. 스파욕조는 두 번 사용했다. 저녁 밥 먹고 나서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이런 욕조는 얼마나 할까 하고 봤는데, 사용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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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모퉁이다방 2019. 1. 29. 23:15
주말에 병규와 한나에게 요즘 낙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나의 요즘 낙은 무엇인지 어제오늘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니 요즘 나의 낙은 뚝배기 밥이었다! 밥솥이 고장난 상태이고, 집에서 밥을 잘 안 해먹고 있었는데, 자주 가는 블로그에 냄비밥 이야기가 계속 올라왔다. 냄비밥을 해먹기 시작했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젊은 부부인데, 그때그때 2인분씩 해서 누룽지까지 알뜰하게 먹는다고 했다. 냄비 브랜드를 알려주길래 찾아봤다. 그 분이 쓰는 냄비는 색이 파란 것이 무척 예뻤는데, 값이 나갔다. 그래서 그 브랜드의 자그마한 뚝배기를 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뚝배기(냄비)밥은 흰쌀밥을 할 경우 쌀을 한 시간 이상 불려두고, 쌀과 물을 1:1 비율로 넣는다. 자, 그럼 밥을 해보자. 불을 제일 센불로 두고 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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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나의 부엌서재를쌓다 2019. 1. 24. 22:52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25년 전부터 쭉 이 양철 쌀통을 사용해 왔다. 쌀 씻기 바로 전, 소쿠리를 한 손에 들고 쌀통 뚜껑을 비켜 연다. 계량컵을 쌀 안에 푹 찔러 넣고 평평하게 깍아 두 번, 세 번. 그러고 나서 수도꼭지를 비틀어 쌀을 석석 씻는다. 십 년을 하루같이 당연하다는 듯 반복할 수 있었던 건 새삼스럽지만 행복한 일이다. (...) 새 쌀 한 포대를 사 와서 포대를 끌어안고 입을 벌려 쌀을 쌀통에 쏴아 붓는 때가 무척 좋다. 쌀이 양철에 부딪히며 마른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또 그렇게 좋다. 내 스물다섯 해, 수백 번을 반복해 온 소소한 집안일이지만, 그때마다 내 살림의 대들보를 확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11쪽) 녹은 긴 세월 쇠가 품어 기른 드라마다. 그곳에 하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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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빵모퉁이다방 2019. 1. 22. 21:09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J씨가 차장님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지셨다고 했다. 잠시 뒤 들어온 차장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택시를 타기 직전까지 차장님은 울고 울고 또 우셨다. 오후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친구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마지막 인사 따위 차분하게 나눌 새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소중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일을 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서 모니터 아랫쪽에서 눈물을 닦아댔다. 케이블 채널을 뒤적거리다 이라는 프로그램 재방을 보게 됐는데, 배순탁 작가 편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밤새 원고마감을 하고 자주가는 순대국집에 갔다. 맛집인 것 같았다. 밥이 따뜻하게 토렴되어 나오는 순대국집이었다. 배순탁 작가는 아버지에게 순대국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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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싶다면서재를쌓다 2019. 1. 20. 21:40
제임스 설터의 소설은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무척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주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누군가의 평, 혹은 보도자료를 보고 를 사두었었는데,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늘 이런식이다) 도 SNS에서 누군가 추천을 했는데, 그 글이 좋아서 샀다. 새해 첫 책으로 뭘 읽을까 고민하다 왠지 이 책이 좋을 것 같았다. 새해 첫 책이니까 끝까지 읽었다. 포스트잇도 열여덟 군데나 붙어두었다. 성실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존 케이시라는 작가가 쓴 '나가며'는 앞의 내용과 중복이기도 했고 지루했다.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책은 제임스 설터가 소설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과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 (...) 결국 나는 프랑스로 갔습니다. 프랑스는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