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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모퉁이다방 2019. 10. 1. 17:02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다른나라에 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십대 때는 무척 많은데, 노년이 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다. 그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형 전통 가족형태는 이미 붕괴되었는데 아직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등이 있었다.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뉴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더니, 옆 사람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뼈 빠지도록 일했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뉴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합정역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침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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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모퉁이다방 2019. 9. 24. 22:07
오늘은 꼭 써야지 다짐한 날들. 오늘은 정말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방에는 한 켠에 긴 책상을 두었고, 한 켠에 긴 책장을 두었다. 책상 앞에는 각자의 의자가 나란히 있다. 이제 군포가 집이 되었다. 내일이면 결혼식을 한지 딱 한 달이 된다. 평일에는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난다. 알람을 다섯 시 반에 한 번, 다섯 시 사십오 분에 한 번, 여섯 시에 한 번, 여섯 시 십오 분에 한 번 맞춰두었다. 보통은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물을 마시고, 2인분의 커피콩을 간다. 물만 넣으면 일정한 맛을 만들어주는 드립커피머신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서는 화장품을 바르고 가볍게 분칠을 하고 눈썹을 그리고 옷을 찾아입고 전날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 간단한 아침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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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모퉁이다방 2019. 9. 7. 12:56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이 한달쯤 남자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많았다. 어쨌든 잘 치뤘고, 여행도 잘 다녀왔다. 이제 그렇게 바라던 일상을 살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결혼날짜를 잡으려고 할 때 친구가 되도록이면 빨리 잡으라고 했었다. 어차피 준비하는 동안 여러 스트레스들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걸 최소화하려면 빨리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식이 끝나고 함께 살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커다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어제는 불금이라 기나긴 퇴근길 끝에 의왕역에서 만나 처음 가보는 통닭집에 들어갔다. 내 몫의 맥주와 옆사람 몫의 소주, 통닭 반반을 시켰다. 사람이 많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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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모퉁이다방 2019. 8. 7. 17:07
지난 주말에는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보러 갔다. 준비 초기에는 결혼식 관련해 이것저것 검색을 많이 해 보았는데, 인터넷이 시키는 대로 다 하자니 단 하루의 식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플래너 없이, 결혼식장도 딱 한 군데만 가보았고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드레스도, 헤어 메이크업도, 당일 스냅사진도 더 알아보지 않고 예식장 패키지로 예약했다. 예식장을 보니 패키지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웨딩사진은 사진관 같은 곳에서 간단히 찍으려고 했는데, 친구가 직접 찍어준다고 해서 야외에서 찍었다. 이 사진들이 없었으면 영상이며, 테이블 위에 올릴 사진이며 모두 부족해서 뒤늦게 헤매고 있었을 거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날의 풍경들을 생각한다. 흐렸던 날씨, 그럼에도 더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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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서재를쌓다 2019. 7. 31. 00:55
내게 여행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쉬다 오자고 떠나도 여기까지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왔는데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불안해서 남들이 하는 여행을 검색해보고 따라해보고 기념품들을 샀었더랬다. 그런데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추억들은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 검색해서 잘 나오지 않았던 것들이다. 숙소에서 하루종일 쉬어도 괜찮은 거였다. 그곳도 내가 고르고 고른 나의 또 다른 여행지인 것이다. 이런 생각도 남들과 비슷한 여행을 여러번 해보면서 느낀 것. 그 경험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비슷비슷한 여행이었음에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함께 하는 사람 덕분에, 혼자였기 때문에. 아무튼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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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19. 7. 31. 00:53
소설을 쓰고 싶다면.손때 묻은 나의 부엌.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연인.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여전히 카미노를 걷는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친해하고, 친애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여행의 이유.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Tripful 트립풀 하와이. -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디센던트.아무튼 택시.우주로 간 김땅콩.구움과자. 아무튼 예능.하와이하다.온전히 나답게.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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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모퉁이다방 2019. 7. 21. 17:25
[책]1. Love & Free / 다카하시 아유무 2. 보통날의 파스타 / 박찬일3. 버텨요, 청춘 / 최전호4. 쫄깃 / 메가쑈킹 & 쫄깃패밀리5. 더 리더 / 베른하르트 슐링크6. 울릉도 여행 / 양영훈7.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8.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9. Line 매거진 #410. Line 매거진 #711. 독립생활자들 / 이봄12.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13.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14.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15.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16.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 최도성17. 상하이 일기 / 황석원 18. 가만히 거닐다 / 전소연19. 깊은 강 / 엔도 슈사쿠20. 컨셉진 14호21. 컨셉진 24호22. 컨셉진 26호23. 컨셉진 27호24.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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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모퉁이다방 2019. 7. 18. 23:11
엄마랑만 싸우고 아빠랑만 싸우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엄마랑도 싸우고 아빠랑도 싸우면 내가 정말 구제불능같다. 어쩌면 이렇게 못나서 이러나 싶다.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오늘은 아빠랑만 싸웠지만 얼마 전에 엄마랑도 싸웠으므로 구제불능과 같은 상태가 되어 운동을 하러 갔다. 땀을 닦고 눈물을 닦으며 러닝머신 위에서 임경선의 을 읽어나갔다. 임경선은 아버지가 마흔일 때 자식 셋과 아내와 나이든 부모를 두고 혼자 낯선 이국에 포르투갈어를 배우러 와 1년을 보냈던 리스본 대학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거닌다. 그곳에서 그 시절 아버지가 보았을 풍경들, 걸었던 길들, 먹었던 음식들을 상상해본다. 아버지는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마흔살의 남자가 자신의 어깨에 가득했던 짐들을 잠시 걷어내고 이국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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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모퉁이다방 2019. 7. 10. 23:19
좋아하는 것을 과감하게 첫번째로 먹는 사람과 아끼고 아끼다 제일 마지막에 먹는 사람 중 나는 후자다. 어제는 소중한 친구의 엽서를 받았다. 언제 연락을 주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우편함에 엽서가 꽂혀 있는 걸 본 순간 너무나 반가웠다. 익숙한 글씨체. 심플한 수박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단번에 읽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며 참고 참다가 읽었다. 그동안 잘 지냈던 거죠? 흑흑. 얼마나 궁금했었는데요. 오늘은 보경이가 좋은 글을 읽었다며 그 글을 복사해 메일로 보내준 걸 받았다. 실은 월요일에 보냈던 거였는데, 오늘에서야 봤다. 유진목 작가가 등장하는 글이었는데, 조금 읽다 점점 좋아져 창을 닫았다. 조금 뒤에 좋은 시간일 때 읽자, 생각했다. 그때 읽음 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을 읽고 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