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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을 쓰고 싶다면
    서재를쌓다 2019. 1. 20. 21:40



       제임스 설터의 소설은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무척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주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누군가의 평, 혹은 보도자료를 보고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사두었었는데,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늘 이런식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도 SNS에서 누군가 추천을 했는데, 그 글이 좋아서 샀다. 새해 첫 책으로 뭘 읽을까 고민하다 왠지 이 책이 좋을 것 같았다. 새해 첫 책이니까 끝까지 읽었다. 포스트잇도 열여덟 군데나 붙어두었다. 성실하고 섬세하고 꼼꼼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존 케이시라는 작가가 쓴 '나가며'는 앞의 내용과 중복이기도 했고 지루했다.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책은 제임스 설터가 소설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과 <파리리뷰>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 결국 나는 프랑스로 갔습니다. 프랑스는 언제나 작가가 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곳이고,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글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모든 작가가 프랑스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난 프랑스는 지나치게 많이 사랑받아왔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 그런 생각이 하나의 정서로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서는 늘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23쪽)


       그는 문장 하나하나를 저울질했습니다. 각각의 단어를 고르고 퇴짜 놓고 다시 골랐습니다. 그는 "산문에서 좋은 문장은 시에서의 좋은 행처럼 리드미컬하고 듣기 좋고 바꿀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했지요. 플로베르는 자신이 '고함치는 집'이라고 명명한 그의 집에서 자신이 쓴 글의 리듬과 매끄러움을 판단하기 위해 문장과 단락을 큰 소리로 읽어대곤 했어요. 또한 매주 의식을 치르듯 자신이 쓴 글을 친구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었답니다. (26쪽)


       나는 그때까지 장편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습니다. 쓰려고 노력은 해보았지만 말입니다. 단편은 쓴 게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훨씬 긴 소설을 써서 친한 친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친구와 친구의 약혼녀가 그 소설을 읽고 나서 내게 그걸 찢어버리라고 충고해주더군요.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서 그걸로 조롱받는 일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요. 물론 나는 나에 관해 쓴 게 아닌 척했지만 매 페이지에서 내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35쪽)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첫 단락을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첫 단락을 쓰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고 했지만, 일단 첫 단락을 쓰고 나면 나머지는 쉽다고 했습니다. 마르케스는 문체를, 어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시작하여 그걸 전달할까 하는 것이었어요. 첫 단락은 작품의 나머지 부분은 어떠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였습니다. (43쪽)


       (...) 처음에는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사용해야 하고, 생활 대신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뭔가를 얻어내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의미 있는 거죠. 세상에 확립된 가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바쳤지만 얻은 것은 별것 없습니다. 거의 아무 대가 없이 그 모든 것을 한 것입니다. 저스틴이 처음엔 면 셔츠 하나를 얻으려 성관계를 갖듯이 말입니다. (44쪽)


       여러분은 자기 인생의 영웅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만의 것이고 흔히 첫 번째 소설의 기초가 됩니다. 그 어떤 이야기도 자신의 이야기만큼 잘 쓸 수 있는 것은 없지요. 필립 로스가 쓴 첫 번째 책은 <굿바이, 콜럼버스>인데, 그것은 자신의 얘기와 젊은 시절 뉴저지에 사는 여자와 나누었던 사랑 얘기를 쓴 것입니다. 그의 삶에서 그 부분은 이야기고, 그 이야기의 뒤얽힌 관계가 플롯을 이루는 거랍니다. (45쪽)


       존 오하라는 의사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이 빈곤층 출신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는 프린스턴이나 예일 대학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해, 자기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매우 민감했어요. 그는 신문기자였고, 그 역시 드라이저처럼 인간 행동에 대한 냉철한 지식에 걸맞은 면밀한 관찰 습관을 키워나갔습니다. 글솜씨와 이야기에 대한 감각 또한 신문기자 생활의 장점이지요. 오하라의 단편소설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보통 등장인물을 알기 위해 또는 묘사하기 위해 그리 많은 수고를 하지 않습니다. 그의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그는 타자기에 종이 한 장을 넣고 두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죠. 기차 안에서 그 두 사람을 보았는데 그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오하라는 그 두 사람을 식당에 함께 넣거나 비행기에 태우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합니다. 처음 한두 페이지에서는 잡담을 하는데, 그러면 그 인물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죠. 전부 대화를 통해서입니다. 인물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얘기를 할 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오하라가 얼마나 깊이 자신의 인물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 하는가 하는 문제일 뿐입니다. 그는 대화를 탁월하게 구사하는 작가였고 모욕적인 언동과 미묘한 사회적 차이 - 아무개가 사회계층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하는 것 - 를 능숙하게 다루는 작가였으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작가였지요. (47-48쪽)


       셀린은 작가는 자신이 쓴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짜로 얻을 수는 없다는 거죠. "작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어낸 이야기는 아무 가치도 없다. 자신이 대가를 지불한 이야기만이 중요한 것이다. 대가를 지불하면 그제야 그 이야기를 변형할 권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허무주의도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혼자일 때가 오게 된다." 셀린은 자기한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기 오래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모든 게 끝장에 이른 때가 올 수 있는 법이다. 그건 세상의 끝이다. 슬픔조차, 자신의 커다란 슬픔조차 더 이상 자신한테 응답하지 않는다. 당신은 왔던 길을 되짚어가서 사람들 사이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들이 누구든 상관없다."

       작가들은 교유하고 제안함으로써 각자의 재능이 서로를 자극하여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작가들의 우정에 의해서, 또는 작가 그룹이 서로 가까이 지내는 데서 형성된 느낌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화가들에게 더 들어맞는 얘기일 테지만 아무튼 셀린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셀린은 아프리카 여행도 혼자 떠났고 전쟁 후에는 미국 여행도 혼자 했으며 삶의 마지막 나날도 혼자였으니까요. (54쪽)


       그는 책을 읽고 극장에 가는 삶을 살았습니다. (88쪽)


       나는 모든 작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쓰고 있어요. 날마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답니다. 글을 다시 계속 써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한 줄 또는 몇 마디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좀 더 잘 진행됩니다. 때때로 잘 풀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 풀리는 날이 더 많아요. 나는 내가 쓴 글에 실망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글을 씁니다. 그러나 글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쓰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 - 정확히 누구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아마 한 여자일 것입니다 - 모든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벨이 말한 것처럼 지적인 한 여자일 거예요.

       나는 펜을 쥐고 손으로 씁니다. 그런 다음 전동 타자기로 타이핑을 하지요. 손쉽게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전동 타자기의 소리를, 타자기의 키가 두드려대는 약간 불규칙한 소리를 좋아니다. 난 두 손가락으로 자판을 친답니다. (91쪽)


       나는 다시 한 번 설터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커다란 흥미를 느끼며 이사크 바벨의 사진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항변한다. "바라되 열광하지 않는 것이 작가로서 적합한 상태다." (100쪽)


    - 글을 써나가면서 수정을 하는 겁니까?

    상황에 따라 달라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러지 않아요. 나는 큰 부분들을 한꺼번에 쓰고 그걸 묵혀두지요. 글은 오래 놔두지 않으면 위험해요. 그리고 정말 좋은 거라면 한달쯤 치워두어야 하는 거예요. (101쪽)


    - 당신의 문체는 대단히 독특하고 아름답고 확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런 문체를 가지게 되었는지요?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글쓰기에 감동을 받지요. 그 이상으로 분석하지는 못해요. (102-103쪽)


    - 특별히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다른 프랑스 작가들이 있습니까?

    (....) 어떤 좋은 작품을 읽으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영화관엘 가는 것도, 심지어 신문을 읽는 것조차 재미없게 생각되죠. 읽고 있는 책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매혹적이니까요. 셀린은 그런 자질이 있는 작가랍니다. (114-115쪽)


    - 조종사 생활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걸 배운 게 있나요?

    조종사로 복무한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은 신발 가게에서 종일토록 일한 것과 다르지 않아요. 문학 이력에서 그 기간은 제해야 해요. (123쪽)


    - 당신은 30대 중반에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늦게 시작한 거죠?

    30대 중반에 책을 내기 시작한 거예요. 글은 그 전부터 썼죠. (124쪽)


    - <아메리칸 급행열차>에 나오는 단편들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쓴 작품들입니다. 그렇지만 그 작품들에는 일관된 관심과 구성이 있어요. 단편소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지요?

    단편은 무엇보다도 흡인력이 있어야 해요. 우리가 지금 문학의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둠 속에서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와요. 그것들이 얘기를 하기 시작해요. 어떤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산만해지고 졸려요. 그러나 어떤 목소리들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게 되죠. 첫 줄, 첫 문장, 첫 문단, 그 모든 게 우리를 끌어들여야 해요. 나아가 기억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미가 있어야 해요. 그저 뭔가를 썼다고 해서 정당화되지는 않는답니다. 독자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어요.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놀라게 하는 것을 경멸하지요. 극적일 필요도 없지요. 피터 테일러의 <내슈빌의 아내>는 극적인 요소가 없답니다. 단편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완전한 느낌을 주어야 해요. (142-143쪽)



    * 소설(小說) : 1.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 (분량에 따라 단편.중편.장편으로 나눔) 2. '소설책'의 준말.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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