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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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이일모퉁이다방 2017. 10. 2. 23:55
기사 아저씨는 출발 전에 복도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좋겠습니다. 연휴 때 쉴 수 있어서요. 저는 쉴 수가 없어요. 여러분들을 잘 모실테니 이것만 주의해주십시오. 첫째, 바닥에 뭘 흘리지 말아주세요. 둘째, 휴게소에서 시간을 많이 드릴테니 음식은 무조건 밖에서 먹고 타세요. 창문이 없으니 냄새가 진동합니다. 오늘 잘 데려다 드릴테니 이것만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납시다. 대전 부근이었는데, 터널 입구에서 접촉 사고가 났다. 내가 탄 버스가 뒤에서 앞차를 박았다. 아저씨는 운전석 옆에 앉은 여자분이 목격자라며 앞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운전석 바로 옆에 좌석도 아닌 자리에 한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아저씨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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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모퉁이다방 2017. 10. 2. 07:41
밥을 먹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너무 좋아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면, 언제나 좀더 나빠질 순간을 예감하게 된다고. 경험을 해보니 그런 순간들이 대부분 오더라구요. S씨는 오후에 메신저로 물었다. 금령씨 아까 얘기한 거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그냥 큰의미를 두지 않고 한 말이었는데, S씨가 한번 더 물어보니 나의 그런 마음에 대해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요즘 혼자 하는 일들을 많이 계획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간 숙소에서 혼자 이 곳에 어떤 계절에 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고, 친구들과 함께 발견한 새 길에서 혼자 이 곳을 어떤 계절에 걸으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했다. 혼자 지내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이러면 누굴 만나지도 못한다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