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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사람만의 진실
    서재를쌓다 2014. 1. 16. 19:10

     

     

      

        어제 나는 홍대 벨로주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친구가 김형경 작가와의 만남에 당첨되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갔다. 시작 시간에 거의 촉박해 도착했더니 앞자리가 비었다며 앞자리에 앉겠냐고 했다. 친구가 신나했다. 친구는 김형경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부담스러웠지만 앞자리 제일 중앙자리에 앉았다. 사실 그냥 그런 거였다.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고, 앞자리에 앉자고 해서 앉은 것. 나는 끝나고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시원한 생맥주를 먹는 게 좋겠지. 뜨끈한 국물도 좋을텐데. 이런 생각 뿐이었다. 제일 앞자리의 중앙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7시 40분에 시작한 행사는 9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두 시간 여 진행된 행사. 임경선이 함께 나왔고, 초대된 여러 독자들의 고민들을 듣고 두 작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충고도 해주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마지막 질문은 내 옆에 앉은 남자였다. 자기는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너무 힘들어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음주와 섹스로 이 시간들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김형경 작가가 말했다. 원나잇인가요? 남자가 무어라 말했고, 작가가 다시 말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충고는,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제일 좋은 건 그냥 그 슬픔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조용히 슬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게 가장 현명한 치유방법이라고 했다. 옆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9시 30분 즈음에 내가 든 생각은 오늘 여기에, 벨로주에 잘 왔고, 앞자리에 앉아서 다행이었다는 것.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 중에 내가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작가들이 이야기해주는 답변에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어느 순간에는 종이를 꺼내고 펜을 꺼내 메모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진실'이 있다는 것.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고 말한 이유는 가만히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을 일은 없다는 것. 그러니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고, 그 사람만의 진실이 있다는 거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니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박해감'이라는 단어도 있었다. 그 누구도 친구가, 가족이 나를 공격하고 깔보려고 그 말을 한 건 아닐 거라는 거. 그걸 기분 나쁘게 듣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는 거다. 상대가 왜곡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박해감을 내면에서 정확하게 점검해야 진정한 극복이라는 말. 어떤 사람은 만나고, 어떤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 할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말에는, 당연하지만 '시간과 열정을 낭비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소모적인'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다고 했다. 그랬다.

     

       김형경 작가는 신뢰가 가는 목소리 톤을 지녔다. 하는 이야기들도 모두 수긍이 갔다. 그녀가 말하는 대로만 살 수 있다면 나는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없고, 화나는 일도 없고, 나를 자책하는 일도 없겠지만, 인간이므로 또 실수하고, 실망하고, 화를 낼 거다. 그러면 어렵겠지만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어제의 말들을 떠올려 봐야지. 그럴 수 밖에 없다. 작가는 빙 둘러 이야기하는 걸 참지 못하고, 요점을 정확하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답을 할 때도 다정한 목소리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친구도 질문을 하나 했다. 친구에게는 친한 친구에게 하듯이 남자를 만나라고 했다. 지금처럼 행동하면 남자도 매력없어 한다 했다. 친구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모두가 우리의 문제다. 바꾸어야 한다고 했고, 지금도 충분히 이쁘다고 했다. 친구는 더더욱 김형경 작가에게 빠졌다. '그 사람만의 진실'을 마음에 새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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