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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십삼년의 추석
    모퉁이다방 2013. 9. 22. 16:51

     

       간만의 긴 연휴였다. 다가오기 전엔 두려웠는데, 지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어떤 것들은 그리워진다. 요즘 나는 내게 없는 것들을 아주 커다랗게 들여다 보고 슬퍼하거나 절망하곤 한다. 친구 앞에서도 벌써 두어번 같은 이유로 울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세수를 하면 내가 가을을 타기 시작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늘은 취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빠는 내가 너무 착해서 너무 여리다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착한 건 당신 딸을 좋게만 본 것이고, 여린 건 분명하다. 좋지 않은, 여림이다. 강해질 필요가 있다. 자주 생각한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어쨌든 명절이 지났다.

     

     

     

      연휴 전,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둘이서 겨울에 갔던 서촌의 통닭집에 가서 천 잔에 맥주를 마셨다.

     

     

     

       내려가는 길에 휴게소에 버스가 너무 많아서 번호판을 찍어뒀다. 화장실 줄이 그렇게 긴 거 처음 봤다. 어김없이 당연한 듯 새치기하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내려가면서 소설집 한 권을 다 읽었다.

     

     

     

        작가의 말. 소설에서 눈이 펑펑 왔다.

     

     

     

       집에 가서 전어구이도 먹고, 전어회도 먹었다. 전어구이는 인기가 없어 내가 다 먹었다. 시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왔는데 시장 안 가게 수족관에 모두 회색빛 전어들이었다.

     

     

     

        옛날엔 그냥 내가 사는 동네였는데, 오랜만에 골목길 사이를 걷다보니 내가 잘 모르는, 바다는 보이지 않는 어느 잔잔한 바닷가 마을 같았다.

     

     

     

       밤에 남산을 오르니 달이 바로 우리 옆에 있었다. 달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남산을 걷다가 반딧불이도 만났다.

     

     

     

       다음날 오전, 혼자 남산을 올랐다. 나비를 만났다. 햇살이 강했다.

     

     

     

      고향 바다.

     

     

     

        고향 나무. 나무 기둥을 만져보니 까칠까칠했다.

     

     

     

        연휴 마지막 날. 요즘 한참 즐겨보는 드라마에 나왔던 나폴리탄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구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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