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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의 영화
    극장에가다 2012. 9. 2. 21:24

     

       금요일 밤에는 동대문에서 <이웃사람>을 보고, 일요일 오후에는 건대에서 <577프로젝트>를 봤다. 요즘 나는 영화를 보면서 한 번씩 꼭 울어주고 있으니까, 이 두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러주었다.

     

       <이웃사람>에서 김윤진은 새엄마로 나온다. 그 날, 중학생 딸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 날, 딸이 실종되고, 얼마 뒤 토막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 뒤 열흘동안 매일 밤 죽은 딸이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찾아온다. 딸깍, 하고 현관문이 열리면 김윤진은 얼음이 된다. 죽은 딸은 김윤진의 등에 대고 조그만 소리로 말한다. 다녀...왔어요. 김윤진은 매일 밤, 딸이 찾아올까봐 공포스럽다. 두 사람 다 조심스런 성격이라, 서로를 좋아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딸이 사고를 당한 것. 매일 밤 무서워 식탁 밑에 기어가 덜덜 떨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말한다. 당신은 그 애를 당신 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거야. 나는 꿈에라도 그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날, 김윤진은 어김없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딸깍, 현관문이 열렸다. 뚝뚝, 교복에서 빗물 떨어지는 소리. 죽은 딸이 김윤진의 등에 대고 말한다. 다녀...왔어요. 오늘도 대답없는 새엄마의 등을 보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는 딸. 다음 장면. 김윤진이 등을 돌리고, 용기 내서 말한다. 응. 그래. 배고프지. 그리고 두 사람은 껴안고 엉엉운다. 미안해. 무서웠지. 엄마가 미안해. 

     

        <577프로젝트>는 하정우가 2년 연속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는 말에서 비롯된 영화다. 그 말을 실행에 옮기고 영화로도 만든 것. 이 영화에서는 점심밥을 먹으러 들어간 어느 식당에서 식당 사장님이 한 말에 울었다. 영화는 중반 즈음이었다. 초반에는 그저 신나고 의욕이 충만했는데, 하루 8시간 이상씩 걸으면서 다들 조금씩 지치고 있었다. 사장님이 그러신다. 나중에 나이들면 돈을 십미터 앞에 던져놔도 못 걷는다고. 그 아름다운 청춘을 아끼지 말라고.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아았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도 사장님의 그 말에 울어버렸다. 정말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름다운 청춘,이라니. 공효진과 하정우와 십여 명의 배우들이 오백칠십칠키로를 함께 걷는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해남에 도착하고 누군가 그런다. 해남에 금은보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아무 것도 없네. 하정우도 그런다. 정말 아무 것도 없네.

     

        토요일에는 김기덕 감독이 나온 두드림을 봤다. 거기서 노홍철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김기덕 감독이 엠씨들에게 살면서 펑펑 울어본 적이 있냐고 묻는데, 노홍철이 그런다. 자신은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100의 에너지가 있으면 80을 쓰곤 했다고. 그런데 방송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100의 에너지를 쓰면서 열심히 방송하는 걸 보면서 자신도 80만 쓸 수는 없었다고. 그래서 100을 쓰면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거기에 확 늙어버린 자신이 있었다고. 갑자기 그게 서러워 엉엉 울었다고.

     

     

     

    구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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