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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소년, 사랑이 찾아오면
    음악을듣다 2011. 11. 8. 21:25





       지난 주말, N언니를 만났다. 지난달에 만난 사람 만나러 가는 것처럼 그렇게. 언니와 만나 우리가 마지막 만난 날을 더듬어 봤다. 아마도 약속을 잡고 만난 건 메리 상상마당 스탠딩 공연 때. 우연히 만난 제일 마지막은 아마도 제천 영화제 때. 언니가 검색해서 찾아온 맛집 가게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기린 맥주를 마셨다. 주변을 걷다 분위기 좋은 편의점을 발견하고 파라솔에 자리 잡고 앉아 김 안주에 골든라거 한 캔씩을 했다. 그러다 바로 앞에 있던 동네 통닭집에서 바삭 튀겨진 통닭 반마리에 카스 병맥주를 마셔주고, 라면도 먹었다. 본의 아니게 마지막이 된 분위기만 좋았던 맥주집에서 마신 맥주 이름이 뭐였더라. 더 마시려고 일어나 걸었는데, 마땅한 맥주집이 없어 아쉽게 헤어졌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언니는 버스를, 나는 지하철을 타고. 언니는 다음 번에는 3년보다 더 빨리 만나자고 했지만, 나는 알지. 우리가 곧 만날 거라는 걸.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있는데, 과일 트럭이 보였다. 그래서 <딸기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했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제일 좋았던 부분은, 첫 데이트를 마친 뒤 남자가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던 장면이라고. 여자가 다 왔어요, 바로 저 모퉁이만 돌면 되요, 라고 말하자 남자가 머뭇거리며 집에 과일 없죠? 그런다. 남자가 앞에 있는 슈퍼로 뛰어가 과일 얼마냐고 하면서 오천원 치를 싸달라고 한다. 여자가 쫓아와 그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러면 두 개로 나눠서 싸 달라고. 봉지를 받아든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집에 과일 없죠? 두 사람은 과일 봉지 하나씩을 나눠 가지고, 그 날로 둘은 연인이 된다. 언니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트럭에서 귤을 사줬다. 우리는 샛노란 귤 봉지를 하나씩 나눠 들고 헤어졌다. 

        그리고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골든라거를 한 모금 마시고 내가 말했다. 요즘 가을방학이 좋아요. 매일 들어요. 그러자 언니가 커피소년도 들어보라고 했다. 1년 전에 그 둘에 푹 빠졌었다고. 그날 나는 언니에게 <백의 그림자>와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권하고, 언니는 내게 <커피소년>과 <그래도 살아간다>와 <머니볼>과 <스트레이트 온더락(언니의 표현대로 '술의 모든 것'이 더 잘 어울림!)>을 권했다. 우리는 두번 세번 읊조리며 서로의 추천목록을 꼭 섭렵하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그렇게 11월이 왔다. 가을이 깊어지니 퇴근길이 어둑어둑하다. 셔틀을 타면 불을 꺼주는데 그러면 자기에도 좋고, 음악 듣기에도 좋다. 언니랑 헤어진 이후부터 계속 커피소년 노래들을 듣고 있다. 이 계절이랑, 이 시간대랑 꽤 잘 어울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커피를 좋아해서, 그렇게 커피를 알게 되어서 이름이 커피소년이라고. 결국 소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사람을 위해 만든 음악만이 남았다고. 그렇게 언니가 내게 소개해준 커피소년. 그 음악이 유명해졌고 언니도 듣고 나도 듣고. 그런 실연이라면 나는 일곱 번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추워진다.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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