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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장례식 -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서재를쌓다 2011. 10. 5. 21:23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다행인지, 아닌지 그 사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 조작한 거라 했다. 하지만 그가 곰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것은 사실이라 했다. 밤이었고,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의 친구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단다. 그는 43년을 살다 갔다. 그 중 많은 시간을 알래스카에서 보냈다. 그는 그 곳에서 가장 행복했다. 1996년 7월의 일이다. 그가 쿠릴 호반에서 취침 중 불곰의 습격을 받은 것은. 친구와 나는 이 책을 함께 읽었다. 나는 김남희에게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추석에 내게 고즈넉한 일본의 길들을 소개해 준 그 김남희. 나는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의 인터뷰를 찾았고, 그 인터뷰 속에 그가 있었다. 호시노 미치오. 한때 그녀는 그와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러고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검색을 했는데, 그 사진이 나왔다. 우리가 착각한 그 사진. 나도 한 권 사고, 친구에게도 한 권 보냈다. 친구는 책을 다 읽고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신랑에게 나 알래스카에 갈래, 라고 말했다고 한다. 호시노 미치오. 구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에 만나 우리는 내내 이 사람 이야기를 했다. 그가 얼마나 멋진 삶을 살았는지, 알래스카가 얼마나 근사한 곳이었는지, 그의 친구들은 또 얼마나 멋진지, 그가 만난 고래들과 곰들과 카리부의 발자국 이야기. 우리는 결코 그처럼 살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커피를 마셨다.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나와 거리를 걷다 어떤 책을 발견했는데, 그 책에 흑고래가 무리를 지어 청어떼 사냥을 하는 사진이 있었다. 우리는 그 사진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건 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책은 친구와 내가 올해 초 함께 읽은 책. 어찌나 반갑던지. 

        눈을 감고 상상해봤다. 내가 그의 장례식 한 켠에 있는 상상. 그 곳은 춥지만 따듯한 알래스카 땅. 그가 헌책방에서 보고 반해버린 그 사진 속 땅 위. 그는 도쿄의 헌책방에서 알래스카 어느 마을의 사진을 보고 반해 말도 안 되는 주소를 지어내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마을에 가고 싶다고. 그런데 아는 이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답장이 왔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알래스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 땅 위에 그가 사랑했던 알래스카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 클리포드와 셰리, 밥 율, 미러 웨스턴, 셀리아 헌터, 알과 게이, 월터 할아버지, 케니스 누콘까지. (언젠가 내게 이 책의 딱 한 챕터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정말 딱 한 챕터 뿐이라고 한다면, 난 망설임없이 케니스 누콘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그의 집이 잘 있는지, 알래스카의 겨울을 혼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가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여전히 외롭지만 씩씩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모두 모여 미치오를 떠나보낸다. 슬프지 않게. 그들은 흑곰, 비버, 연어, 블루베리, 크랜베리로 진수성찬을 만들어 놓고, 그를 보낸다. 어떤 이는 낮은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미치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얼마나 알래스카를 사랑했는지, 그가 얼마나 알래스카와 잘 어울렸는지. 따듯하고 따스한 슬픔이 마을 전체에 모락모락 퍼진다. 

       " 이 마을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사진 캡션에 'Shishmaref'라고 씌어 있었다. 지도에서 그 이름을 찾아냈다. 그러나 찾아가려도 해도 방법을 알 수 없었고, 편지를 쓰려고 해도 주소를 알 수 없었다. 사전에서 'mayor'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읍장'..... 아마 이장과 비슷한 뜻 같은데 이걸로 하자.

    Mayor
    Shishmaref
    Alaska U.S.A."

        책을 읽는 동안 드문드문 든 생각은 나 지금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 미치오가 내게 말한다. 진심을 다해 살아가자고. 나는 책장을 덮고 내 진심에 대해 생각한다. 내 생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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