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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대구
    모퉁이다방 2011. 6. 24. 11:12

        수요일에는, 나다에 갔다. 나다가 곧 문을 닫는다고 해서. <트루맛쇼>를 봤다. TV맛집이 다 돈 받고 소개해주는 거고, 거기 나오는 특이한 메뉴들 실제로는 팔고 있지도 않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다 배우들인 거고, 심지어 대사와 표정까지 다 정해져 있었던 거였고 등등의 이야기. TV맛집이 맛이 없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완전 어이없고 웃기다. 이 영화 MBC에서 상영 못하게 하려고 했다는데, 다 맞는 얘기니까 그렇겠지. 이 영화로 인해서 맛집 방송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TV맛집 허상의 끝장을 보여주는 영화. 박찬일 셰프도 나오신다. 흐흐-

        영화 시작 전, Y언니와 나는 박지성과 박뭐시기(내 자리가 생각이 안나네)의 자리에 앉아서 나다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나다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한때 나는 나다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여 거금을 내고 유료회원에도 가입하였는데, 영화가 한두달에 한번씩 바뀌는 바람에 별 소용이 없었다.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좋았지. 회원은 공짜였거든. 나다에서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는 이완 맥그리거가 나왔던 <필로우북>. 영화가 완전 특이했다. 이 야한 영화를 조조로 봤었던 거 같은데. 보고 극장을 나오니 날은 밝고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코아아트홀도 없어졌고, 시네코아도 사라졌고, 중앙시네마도 문을 닫았고. 슬프다. 추억이 깃든 공간들이 점점 사라져 버리고 있다. 

        목요일에는, J를 만났다. 소주에, 맥주에, 사케까지 마셔서 오늘 얼굴이며 몸이며 퉁퉁 부었지만 그래도 너와의 술자리는 언제나 즐거워. 오늘 즐겨찾기해 둔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라자냐님의 '애호박명란젓국' 레시피 발견. 카카오 보냈다. 이 레시피 찾아서 해 먹으라고. 그러니 누가 밥 좀 해줬음 좋겠단 답이 왔다. 난 니가 지금 밥 좀 해 줬음 좋겠어. J네 집에 가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그건 J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줘서 그렇다. 설거지도 하지 말라고 하지, 맛있는 거는 계속 내오지, 좋아하는 TV프로 다같이 깔깔대면서 볼 수 있지, 맥주도 편하게 마실 수 있지. 너는 사람 마음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지금 배가 무지 고픈 나는, 니네 집에서 니가 해준 애호박명란젓국에 밥 말아 먹었음 좋겠다. 한그릇 뚝딱 하고 뜨끈뜨근한 다방커피 한 잔 딱 하고, 내가 좋아하는 정형돈이 나오는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는 거지. 정형돈-정재형 콤비 완전 좋아.

        오늘, 금요일. 지금 대구에 있다. 어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왔는데 5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씻고 선크림 잔뜩 바르고 안경 끼고 커다란 백팩 메고 동생이랑 택시 탔다. 서울역에서 내려서, 김밥 한 줄 사고 던킨 커피도 사고 7시 10분에 출발하는 KTX 탔다. 곡예사 언니가 추천해 준 고흐 전기 책 한 챕터 읽고 바로 꿈나라. 계속 고개가 꺽여서 목 디스크 오는 줄 알았다. 여기는, 대구. 경북지역 호우경보라는데 아직 비는 안 오고 날씨만 흐리다. 내일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고흐 책 다 읽고 올라가는 게 목표. 여긴 조용하다. 그리고 배고프다. 흑흑. Y언니가 메고 있던 예쁜 꽃무늬 가방을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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