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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다녀왔다. 두 밤을 자고 왔다. 그렇게 원하던 자전거도 탔고, 등이 축축해지도록 걷고 걸었다. 박물관에서는 안내 이어폰을 끼고 유물들을 관람했고,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들어가보니 다 맛집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샤워를 하고 누워 경주에 관한 책을 읽었다.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맥주로 반주도 하고, 와인도 마셨다. 햇볕이 따가웠고, 때때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 불국사에 갔다. 그곳에서 울어버릴 뻔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설명할 수 없다. 편안했는데, 쓸쓸했다. 외롭기도 했다. 썩 괜찮은 외로움이었다. 어떤 불상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기도 했다. 그 불상 옆에 새겨져 있던 글귀. 부처님과 중생은 하나다. 깨달음과 어리석음은 하나다. 깨달음과 어리석음이 하나라는 그 글귀. 이상했다. 이 글귀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석가탑 앞에 섰을 때도 그랬다. 나는 아름다움에 ㅇ자도 개뿔 모르는 아인데, 석가탑이 아름다운 건 알겠더라. 아름다워서 서글퍼지는 것도 알겠더라. 아, 정말이다. 그렇게 바라던 경주를, 유월에 내가, 다름아닌 내가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