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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있는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일몰을 봤다. 이틀은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와서, 차 안에서, 요트 위에서, 투어 아저씨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에서. 그렇게 매일매일 보는데도 질리지가 않았다.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일출을 보러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다는 산에도 올라갔지만, 해가 뜨는 건 한 순간이었다. 뜬다뜬다 하다 짠-하고 뜨고 나면 끝이었다. 순식간에 환해지고,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보였다. 해가 지는 건 달랐다. 나 진다진다 하다 뚝-하고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었다. 나 간다간다, 가고 있다고, 그런데 진짜 가도 되겠어? 아쉽지 않겠어? 좀 더 보라고, 얼마나 보고싶을 텐데, 이건 오늘만 보여줄 수 있는 빛깔이라고. 봤어? 확실히 본거지? 응응? 아주 미련이 많은 아이더라. 방금 본 풍경도 그 아이의 손길이 닿으면 그 전과는 다른 낭만적인 모습이 되었다. 찰나의 일출보다 여운이 긴 일몰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내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아름답게 지는 해를 오래 볼 수 있었다.
일요일에는 아침에 학원에 가서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옆사람이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말했다. 서쪽하늘을 봐. 지금 당장. 엄청 예뻐. 탁 트인 채로 운전을 하는데 순간 하와이 같이 엄청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단다. 집에 있던 나는 건물들에 막혀 약간의 붉은 하늘만 보였지만, 예쁜 하늘을 발견하고 같이 보자고 전화해준 마음이 고마웠다.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여운이 그득한 일몰의 멋진 광경은 바다 건너 하와이 뿐만 아니라 지금 이 곳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단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옆사람이 집에 도착한 뒤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기까지 옅어졌지만 주황색 빛이 아직 있었다. 그렇지만 그곳의 하늘은 정말 예뻤지. 머리카락이 기분좋게 흔들렸던 선선한 바람도, 쏴아쏴아 높지 않던 바다소리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그 광경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던 일도.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