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집생활

from 서재를쌓다 2019.01.05 06:39



   작년에 읽은 마지막 책이다. 마지막 장까지 마치긴 했지만 읽는 내내 의문이었다. 이렇게 소설가가 고심해서 쓴 문장을 어순 정도만 달리해서 카피로 써도 되는 걸까. 그걸 이렇게 이용했다고 책으로까지 만들어 놓아도 되는걸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건가.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카피라기보다 소설을 그대로 가져다 쓴 카피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나갔고, 어제 가격 때문에 고심했던 국어사전을 주문했다. 종이 국어사전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거였다. 이 책을 읽은 후 최대의 성과이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가급적이면 인터넷으로 빨리 찾을 수 있는 검색사전이 아닌 종이사전을 권한다. 검색을 하면 내가 찾고자 하는 것밖에 알 수 없지만, 종이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못 보던 단어도 보이고 익숙하지만 다른 뜻이 있는 경우도 덤으로 알 수 있다."(20쪽) 올해의 목표는 내 식대로 해질 종이사전을 자주 넘겨보는 것.


   저자는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출근길, 잠들기 전, 상황과 장소에 따라 읽어나가는 소설의 종류도 다르다. 아이가 밥을 느리게 먹는 동안, 차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펼쳐 한줄이라도 더 읽을 정도로 소설을 좋아한다. 문장에 밑줄을 긋고, 출근을 하면 그 밑줄들을 키보드를 두드려 컴퓨터에 정리해둔다. 그렇게 좋은 문장을 다시 읽고, 기록해둔다. 기록의 습관. 어제 북플이 1년 전에 내가 쓴 기록이라고 알려줬다. 그 한 문장을 보니 1년 전에 내가 읽었던 책과 그 책을 읽어나갔던 곳, 그때의 마음들이 단번에 되살아났다. 기록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기록해두지 않았으면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20킬로그램의 삶>을 읽고 남긴 기록이다. "소박하고 충만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여전하다. 



   가장 매력적인 글을 솔직한 글이다. 글을 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실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보이기 위해 '포장'하는 것이다. 글이란 왠지 격식을 갖춰 그럴듯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 포장을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런데 나를 내려놓을수록,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다. 

- 53쪽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가급적 스마트폰을 멀리하자. 물론 그 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는 많지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동안 우리는 '생각'을 멈추게 된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식당에서,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들여다보자. 거기서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는 포착된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반드시 메모해놓자.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했다. 언젠가 반드시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온다. 

- 98쪽


  예전 어느 퇴근길이었다. 신도림역에서 1호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팟캐스트 <낭만서점>을 듣고 있었다. <공터에서>라는 신작 소설을 낸 김훈 작가가 나와서 이야길 하는데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였다. 


   글은 삶의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생활에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글은 공허하고 헛되다. 


   귀가 솔깃했다. 볼륨을 더 키웠다.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개념어를 쓰지 않는다. 개념어는 실제가 존재하지 않고 언어만 존재하는 것 같다. 자기 삶을 통과해 나온 언어를 써야 한다. 

- 140쪽



  오늘 사전이 도착하면, '개념어'를 제일 먼저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