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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필 프리티
    극장에가다 2018. 6. 28. 22:02


     

       극장에 가는 중이었다. 집에서 연신내까지는 걷고, 연신내에서 버스를 타고 은평몰까지 가기로 했다. 아직 초여름이고, 아침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너편 커다란 나무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데, 순간 엄청나게 행복해졌다. 나뭇잎들이 보이고, 그 나뭇잎들이 만들어낸 그늘이 보이고, 그 나뭇잎들을 흔들거렸던 바람이 내 얼굴에 닿는 것이 느껴지고. 어제까지의 나는 조금 불행했던 것 같은데, 오늘의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나는 나!" 얼마 전에 읽은 문구를 떠올렸다. 그래, 나는 나. 이렇게 초여름 아침 바람에 행복해지는 사람. 이 풍경에, 내가 그동안 겪었던 온갖 소소한 행복들이 줄줄이 떠올려지는 사람. 이런 나를 기억하자고, 이런 나를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내가 행복해져야 함께 있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 영화는 흠.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잘 알겠는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유치했다. 그래도 아침의 시간들이 있어 아깝진 않았다. 사실 웃으면서 잘 봤다;; 보경이와 덕수궁을 거니는데, 보경이가 그랬다. 무엇보다 내가 굳건해야 한다고. 내 마음과 의지가 든든하게 뿌리 내려 있어야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내가 굳건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옳을 수 있다고. 정말 그런 것이다. 내가 단단하면 남들이 생각나는 나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유월에는 공휴일이 많았던 탓에, 평일휴일이 없는 저번주와 이번주는 너무나 더디게 가고 있지만, 내내 생각하고 있는 건 나의 뿌리, 나의 줄기, 나의 영양분, 나의 잎맥, 나의 생기. 그나저나 미셸 윌리암스는 왜 그 역할을 맡은걸까. 상암CGV가 없어지고 영화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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