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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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와 냉장고 메모극장에가다 2013. 5. 4. 12:11
지난 주말에 결혼식이 있었다. Y씨와 나는 합정에서 만나 2호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역까지 갔다. Y씨는 간만에 신은 굽 있는 구두와 귀걸이가 어색하다고 말했고, 나는 너무 화려한 목걸이를 했다며 쭈빗거리며 자켓 안을 보여줬다. 우리는 11시에 간신히 도착해 축의금을 내고 식을 보고 밥을 먹었다. 뷔페였는데, 맛이 꽤 괜찮았지만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얼마 먹지 못했다. 과장님이 맥주를 계속 권했는데 속이 우글거려 그림의 떡이었다. 해물과 야채를 데쳐낸 샤브샤브의 짠 국물만 다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데 팀장님이 남자친구는 없느냐고,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댔다. 나는 그냥 웃을 뿐. 다같이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그래도 나름 꾸미고 아침 일찍 나왔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아쉬워 광화문으로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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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이즈 굿극장에가다 2013. 4. 18. 23:22
내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진 순간. 다코타 패닝, 그러니까 테사에게 어린 남동생이 있다. 테사는 암환자. 병 때문에 학교도 그만뒀다. 그렇지만 씩씩하고 쿨한 녀석. 남동생은 이따금 누나의 죽음에 대해 질문한다. 누나가 죽으면 휴가가는 거야? 누나가 죽어도 내 누나인 거지? 테사에게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상상하고,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 일상이다. 남동생이 그렇게 물으면 테사는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내리며 대답한다. 오늘은 니가 주인공이야. 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거야. 그럼. 여전히 니 누나야. 아픈 누나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하는 남동생을 위해 뭐든지 해주기로 결심한 어느 오후. 동생은 날고 싶다고 말한다. 테사는 바닥에서 강한 바람이 올라와 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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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스프링즈, 어촌 마을극장에가다 2013. 4. 8. 21:17
지하철 역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극장이 있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늘 꾸물거리게 된다. 일요일에 극장시간에 늦어 택시를 탔다. 츄리닝을 입고 들어가 본 영화 .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영화는 좀 별로였다. 캐릭터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토미 리 존스는 시종일관 화내고, 짜증내고, 매사에 불만족이다. 거의 영화 내내 그렇다. 메릴 스트립은 고분고분한 중산층의 부인. 화가 나도 남편에게 소리지는 일이 거의 없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뛰어가고, 참고 또 참고. 영화는 이 부부가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해 있는 상담소에 상담을 받으면서 관계를 회복해가는 내용. 다른 건 별로였는데, 그 어촌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서는 일부러 연출한 건지 모르겠는데 늘 날씨가 흐리다. 바람이 많이 불고, 조금은 스산하고,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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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극장에가다 2013. 3. 17. 20:36
영화를 보고 나오니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아, 오늘밤부터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지. 올려다보니 비를 머금은 구름이 보였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나와 불광천을 따라 걸었다. 날은 흐리고, 걸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 공연에서 들은 박경환의 새앨범을 틀어놓고 '새 길'을 걸었다.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거면 됐어, 라는 생각. 혜원이 아니라 해원이라 다행이다. 혜원은 여리고 예쁘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인데, 해원은 단단한 느낌이다. 튼튼한 느낌이다. 실제로 스크린을 통해 만난 해원이 그랬다. 예쁘고 단단한 사람.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해원을 생각하면, 왠지 안심이 되는 사람. 해원이 그랬다. 잠깐만 있어봐요. 괜찮아질 거예요. 거의 대부분의 슬픔이 그렇고,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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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와 원숭이와 게의 전쟁서재를쌓다 2013. 1. 31. 23:11
영화 를 봤고, 소설 을 읽었다. 는 한 어린아이의 거짓말로 시작된 마녀사냥 이야기.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나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믿음'과 '불신'은 앞면과 뒷면 같다. 반대인 것 같지만, 실은 공존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내 뒤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은 약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강한 사람을 이기는 이야기인데,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좀 실망하긴 했다. 어쨌든.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요시다 슈이치가 선한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결말 부분에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건 약한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는 작가의 선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긴 소설을 썼고, 그의 열혈독자인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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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삿포로극장에가다 2013. 1. 21. 23:24
을 보러 광화문에 갔는데, 매진이었다. 영화를 너무 안 봐서, 그냥 들어가긴 싫어서 주위에서 하는 영화 검색해보다 제목에 끌려서 무작정 뛰었다. 영화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말들의 조합이다. 안녕과 삿포로. 표를 끊고 자리에 앉으니 영화 시작 직전. 몇 분짜리인 줄도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 40분짜리 영화였다. 여자는 듣지를 못한다. 여자는 공장에서 일한다. 여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일본어를 배운다. 여자의 이름은 모레. 내일모레 할 때 그 모레. 남자의 이름은 히(어)로. 히로 상은 일본인이다. 그도 역시 농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조각도 한다. 따듯한 미소를 가진 그는 조각가. 남자는 화상채팅을 하며 바다 건너에 있는 모레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준다. 히로가 수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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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13. 1. 15. 21:30
빨간 머리 앤 : 그린게이블로 가는 길. 오하이오 삿포로. 더 헌트. 문 라이즈 킹덤 * 2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연애의 온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옥희의 영화. 러브 픽션. 장고 : 분노의 추격자. 호프 스프링즈. 나우 이즈 굿. 로마 위드 러브. 라이프 오브 파이. 파리 5구의 여인. 러스트 앤 본. 극장전. 고령화 가족. 뜨거운 것이 좋아. 비포 미드나잇. 해피 플라이트. 비포 선셋.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은밀하게 위대하게. 월플라워. 앵두야 연애하자. 최고의 이혼. * 마리 크뢰이어. 힘내세요, 병헌씨. 마지막 4중주. 더 테러 라이브. 설국열차. 투 마더스. 마호로역전번외지. *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그래비티. 블루 재스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허니와 클로버. 미스터 노바디.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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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백을 하면극장에가다 2012. 12. 11. 21:40
여자는 강릉에 산다. 강릉에 사는 여자는 주말만 되면 서울에 간다. 서울에 가서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친구도 만난다. 늘 친구집에서 잤는데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여자는 주말마다 서울에 가야 하는데, 잘 곳이 없다. 모텔에도 가 보고, 찜질방에도 가봤지만 불편해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다. 여자에게 누군가 묻는다. 왜 그렇게 주말마다 서울에 가느냐고, 그렇게 다니면 피곤하지 않느냐고. 여자가 말한다. 피곤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걸요. 그렇게 해야 이게 사는 거구나 생각이 드는 걸요. 여자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부남이었다. 남자는 서울에 산다. 서울에 사는 남자는 주말만 되면 강릉에 간다. 강릉에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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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 다이죠부 다이죠부극장에가다 2012. 9. 24. 21:21
친구가 화장실에 갔다. 다음 영화가 시작된 터라 극장 로비는 조용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 영화를 이렇게 좋은 날 봐서. 요즘 다행인 일이 많지. 감독인지 모르고, 왠 애니메이션이냐며 심드렁했었는데, 이 영화,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처음부터, 화면이 시작되고 고요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이 영화에 반했다. 이동진이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줬다. 올해는 애니메이션이 나를 계속 울리네. 영화는 늑대인간인 아빠,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엄마,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늑대 아이 유키와 아메(유키는 눈이 내릴 때, 아메는 비가 내릴 때 태어났다.)가 만나고, 사랑하고, 성장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다. 몇몇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장난꾸러기 누나 유키와 달리 병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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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 클럽극장에가다 2012. 9. 19. 11:11
월요일부터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꼬치에 맥주를 마신 뒤, 히레 정종에 시샤모 구이를 먹어주었다. 어제도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족발에 맥주를 마시고 광화문으로 왔다. 샐러드에 생맥주를 마셔주고, 꼬치집에 들러 병맥주도 마셔주었다. 꼬치집 앞에서, 바람이 불었다. 이제 정말 누가 뭐래도 가을. 버스를 타고 들어오다 조는 바람에 종점 근처까지 갔다. 덕분에 조금 걸었다.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 김목인의 그가 들판에 나간 건 - 토마스 쿡의 꿈 - 루시드 폴의 그 밤, 으로 이어지는 음악을 들으며 이 계절을 좀더 적극적으로 타주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까짓것. 좀 더 가을을 탄다고 죽기야 하겠어. 술을 마시지 않은 일요일, 이 영화를 봤다. 사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숙성이 필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