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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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 클럽극장에가다 2012. 9. 19. 11:11
월요일부터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꼬치에 맥주를 마신 뒤, 히레 정종에 시샤모 구이를 먹어주었다. 어제도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족발에 맥주를 마시고 광화문으로 왔다. 샐러드에 생맥주를 마셔주고, 꼬치집에 들러 병맥주도 마셔주었다. 꼬치집 앞에서, 바람이 불었다. 이제 정말 누가 뭐래도 가을. 버스를 타고 들어오다 조는 바람에 종점 근처까지 갔다. 덕분에 조금 걸었다. 요즘 나의 플레이 리스트. 김목인의 그가 들판에 나간 건 - 토마스 쿡의 꿈 - 루시드 폴의 그 밤, 으로 이어지는 음악을 들으며 이 계절을 좀더 적극적으로 타주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까짓것. 좀 더 가을을 탄다고 죽기야 하겠어. 술을 마시지 않은 일요일, 이 영화를 봤다. 사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숙성이 필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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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영화극장에가다 2012. 9. 2. 21:24
금요일 밤에는 동대문에서 을 보고, 일요일 오후에는 건대에서 를 봤다. 요즘 나는 영화를 보면서 한 번씩 꼭 울어주고 있으니까, 이 두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러주었다. 에서 김윤진은 새엄마로 나온다. 그 날, 중학생 딸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 날, 딸이 실종되고, 얼마 뒤 토막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 뒤 열흘동안 매일 밤 죽은 딸이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찾아온다. 딸깍, 하고 현관문이 열리면 김윤진은 얼음이 된다. 죽은 딸은 김윤진의 등에 대고 조그만 소리로 말한다. 다녀...왔어요. 김윤진은 매일 밤, 딸이 찾아올까봐 공포스럽다. 두 사람 다 조심스런 성격이라, 서로를 좋아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지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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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극장에가다 2012. 8. 12. 23:58
토요일, 접속무비월드를 보는데, '영화는 수다다'에서 이동진이 그랬다.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란 영화가 끝났는데도 계속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극장을 나와서도 계속 떠오르고, 회자되고, 논쟁이 되는 영화라고. 그리고 이 영화 가 그렇다고. 밥을 챙겨먹고, 낮잠도 자고, 내내 뒹굴다가 저녁에 나왔다. 광화문에서 이 영화를 봤다. 강렬한 영화였다. 영화의 주제는 한없이 무거운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재밌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잔상이 많이 남는 영화다. 이야기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이동진의 말대로, 극장을 나선 후에도 계속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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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에게의 편지극장에가다 2012. 8. 5. 20:40
자막버전으로 봤는데, 그러길 잘했다. 부천에 갔을 때, Y언니가 그랬다. 이 영화가 의외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어떤 사람들은 울었다더라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애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요즘 좀 울고 싶거든. 길을 걷다가, 계단을 오르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밥을 먹다가 그런 순간들이 내게 온다. 아, 나 좀 울고 싶다. 어제 이 영화를 건대에 가서 봤다. 건대 안에 극장이 있다. 조조로 딱 한 타임만 하길래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밥을 챙겨먹고 서둘러 나갔다. 정말정말 더운 여름이다. 이런 더위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름의 한 가운데. 나와 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는 모모의 이야기를 보고, 나는 좀 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이 철컹하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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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부천, 반딧불 언덕에서극장에가다 2012. 7. 25. 22:17
올해는 부천영화제에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 딱 한 편만 보고 바로 올라왔지만, 대만족.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는 두 시였고, Y언니랑 만화박물관에서 두 시 즈음 보기로 했다. 부천까지는 머니까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자. 기분 좋을만한 책도 골랐다. 이걸 전철에서 다 읽어버리자며 룰루랄라 챙겨두었지만, 토요일 나는 늦잠을 자고, 늦게 준비를 시작하고, 동생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짜장 컵라면에 신김치를 곁들여 한 컵 해치우고 나섰다. 당연히 늦었다. 여유있게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기분을 내기는 커녕 조마조마해서 자리가 났는데도 앉지도 못하고 서서 계속 발만 동동 구르면서 지하철 네비게이션 앱 검색만 해댔다. 그 앱에 의하면 나는 1시 53분에 부개역에 도착한다.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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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키스극장에가다 2012. 6. 26. 23:43
일요일 오후,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개봉했을 때 포스터만 보고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평들이 좋았다. 친구에게서 토요일 밤에 연락이 왔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일요일 오후에 같이 보자고. 일요일은 무척 더웠다. 땀이 그냥 줄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종로까지 걷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와 카레를 먹고, 명동으로 걸어 가 버블티를 사 먹고, 다시 종로로 돌아와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 이 고마운 영화가, 무료한 6월의 일요일 오후에 우리에게 와 주었다.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와 2주 동안 고민했던 구두를 주문했다. 나도 사랑스런 오드리 토투처럼 구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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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봄극장에가다 2012. 3. 1. 14:14
이 영화를 이틀 연속으로 봤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울었다. 두번째는 어떤 장면에서 울었다. 월요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OST를 들으면서 야근을 하는데, 그 생각이 났다. 처음에 모든 장면에서 울고, 두번째에 어떤 장면에서만 운 것. 어떤 슬픔을 견딘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슬픔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무뎌지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첫번째는 모든 것에 울고, 두번째는 어떤 것에 우는 것. 어떤 것들은 여전히 슬프고, 어떤 것들은 견딜 수 있어지는 것. 2월에 나는 라는 제목의 영화를 두 번 봤다. 하와이에도 슬픔이 있다. 고통도 있고, 고독도 있다. 하와이에도 떠나는 자가 있고, 남겨지는 자가 있다. 이 영화는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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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극장에가다 2012. 2. 12. 11:14
나는 죽은 뒤에 뭔가 남는다거나, 다시 태어난다는 거, 믿지 않아. 왜. 믿고 싶지 않으니까. 어째서. 가혹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뭐가 가혹해. 예를 들어, 네가 죽어서 나한테 붙는다고 해도 나는 모를 거 아냐. 모를까. 모르지 않을까. 사랑으로, 알아차려봐. 농담이 아니라, 너는 나를 보는데 내가 너를 볼 수 없다면 너는 어떨 것 같아. 쓸쓸하겠지. p.56 대니 드비토 너의 이름은 유라. 나의 이름은 유도씨. 황정은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유라. 죽은 원령이다. 나는 죽었고, 유도씨는 살아가고 있다. 나는 죽었고, 원령이 되었다. 언젠가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나눴던 말. 내가 먼저 죽으면 유도씨가 나를 붙여줘. 나는 죽어서도 쓸쓸할 테니까. 그러자 유도씨가 붙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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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이야기 - 머니볼, 50/50극장에가다 2011. 12. 6. 22:46
주말 내내 뒹굴다가 일요일 저녁에 청량리에 영화를 보러 갔다. N언니를 만난 날, 언니는 라오스에 꼭 가보라고 했다. 아직도 거길 생각하면 설레인다고, 아직도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지금까지 언니가 다녀온 여행지 중에 최고라고 했다. 언니의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창에 '라오스 여행'이라고 치니, 모두들 거기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뿐이었다.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니는 언젠가 삿포로도 꼭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겨울의 삿포로. 삿포로의 골목집 어느 이자까야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조용한 연기. 그 딱 한 풍경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 건 언니였나, 언니가 언젠가 들었던 라디오의 유희열이었나. 일요일에 을 봤고, 나도 삿포로 골목길 이자까야의 풍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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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앤 차일드 - 그녀의 편지극장에가다 2011. 10. 26. 21:27
내내 잤다. 6시쯤 한 번 깨고, 9시쯤 한 번 깨고, 12시쯤 한 번 깨고. 3시에야 정신을 차렸다. 은행에 가서 동생이 모은 동전을 바꾸고, 마트에 가서 믹스커피랑 파인애플 사고,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커피집에서 라떼를 샀다. 커튼 내리고 불 다 끄고 라떼 마시면서 이 영화를 봤다.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개봉관이 적어 놓쳤다가 이제야 본 영화. 원래 오늘 광릉수목원에 다녀오고 싶었다. 배가 아파 내내 잠만 잤는데, 다행이었다. 이번 휴가는, 이 영화 하나로 충분했다. 아네트 베닝의 주름이 아름다웠다. 아네트 베닝은 14살에 나오미 왓츠를 낳았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딸은 바로 입양되었다. 나오미 왓츠는 새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와는 연락도 않고 지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