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가다
-
우동을 봤다극장에가다 2011. 9. 21. 21:04
사누키 우동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원료는 물과 소금 그리고 소맥분. 그것을 잘 섞고 만들어진 반죽을 끈기가 생길 때까지 발로 밟는다. 밟기를 마친 반죽은 균일하게 잘라 경단을 만든다. 경단은 비닐에 넣어 온도변화가 적은 곳에서 적당히 재워둔다. 재워둔 경단을 다시 발로 밟고 5, 6장을 쌓아서 다시 한번 밟는다. 그 뒤에 밀대로 늘린다. 늘린 반죽을 취향에 따른 굵기로 자르면 그게 면. 팔팔 끓고있는 국물 속에 면을 넣고 기다리는 시간은 10분에서 15분. 먹음직스러운 면을 찬물에 식히고 간장이나 차가운 국물을 넣어 먹거나 뜰채에 넣어 다시 뜨거운 물로 데우고 따뜻한 국물을 부어서 먹거나 취향에 맞게 드세요. 일본 영화 을 봤다.
-
지난 여름, 영화극장에가다 2011. 9. 20. 21:23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더라. 예전에는 커피 자판기랑 캔음료 자판기만 있었는데, 이제 우유 자판기가 생겼다. 들여다보니 흰우유, 커피우유, 초코우유 다 있고, 플라스틱 커피 음료도 들어있다. 신기하다. 유통기한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하긴 여긴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많으니 우유 많이들 사 먹을 것 같다. 4층에서 대출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서 시장 초입에 있는 만두집에서 고기랑 김치랑 반반 섞어 만두 1인분을 샀다. 다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집에 들어와 밥 먹고, 씻고, 창문 활짝 열어놓고 설겆이 하고 가스렌지 때도 간만에 문질러주고. 아, 정말 가을이다. 이렇게 추워지다니. 긴팔 추리닝을 꺼내 입으면서 이건 반칙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
-
사토시의 얼굴 - 악인극장에가다 2011. 6. 17. 22:45
의 경우 영화가 별로였다. 소설을 읽고 영화도 좋다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내게 은 왠지 멋부린 영화였다.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여서 소설 쪽이 훨씬 좋았다. 의 경우, 영화가 더 좋았다. 영화 쪽이 훨씬 담백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소설을 뒤적거렸다. 그래, 나 이 소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 길어서. 긴 만큼 사족이 많이 붙는 거 같아서. 그게 요시다 슈이치스럽지 않아서. 이 책에 요시다 슈이치의 사인이 있다. 직접 받은 것. 너무 정직해서 좀 실망했던 사인. 2009년 5월 16일의 글씨. 은 영화가 더 좋았다. 요시다 슈이치가 직접 이상일 감독을 추천한 거라는 기사를 읽었다. 참 잘한 선택이다 싶었다. 일요일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상영시간표가 거지 같앴다. 그냥 구색만 맞춘 시간표. 쿵푸 팬더..
-
오월애 - 愛극장에가다 2011. 5. 22. 19:06
토요일에 비가 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다. 홍대에서 순대국을 먹고 271번 버스를 탔다.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을 지나 씨네코드 선재로 가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쌀쌀해졌다. 시청에 가서 안치환의 그 날들,을 듣고 271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영화에 시와 노래가 나왔다. 오늘은 하루종일 잠을 자다 막내동생은 한강에 놀러 나가고, 둘째동생은 회사동료 부친상으로 경북 상주에 내려간다고 나간 뒤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방을 닦았다. 우리는 오늘 점심으로 자장면에 짬뽕에 군만두를 먹었다. 나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빨래를 널었다. 티비를 껐다. 해가 졌다. 조용한 일요일 밤. 오월에는 좋은 날들이 많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생일이..
-
파수꾼 - 한 소년이 죽었다극장에가다 2011. 5. 4. 23:38
이 영화에 대한 40자평을 보고 있다. 영화만큼 섬세한 평들. 나 역시 이 영화가 무척 좋았다. 나는 그 날 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지. 내게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매개체는 함께 나눠 먹은 음식과, 그 날의 날씨, 공기의 흐름. 우리는 이대 후문 앞 필름포럼에서 이 영화를 봤다. 이대역에서 내린 나는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이대 교정을 걸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우산을 준비한 날이었다. 아니다, 오전에 비가 왔던가. 교정을 걸을 때 공기 가득 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무에 새싹이 돋아 있었고, 꽃이 피어 있었다. 바람이 조금 불었다. 우리는 커다란 장우산을 하나씩 들고 만났다. 한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밥도 나오고, 된장찌개도 나오고, 돼지고기도 나오고, 소..
-
무산일기 - The Origin of Love극장에가다 2011. 4. 25. 22:51
지난 토요일에 한 일에 대해 써야겠다. 지난 토요일은 출근하는 토요일. 1시에 일이 끝났다. 합정에 도착하니 1시 반즈음. 동생이랑 밥 먹으려고 했는데 피곤한 동생님이 거절. 마음산책 책을 반값에 판다길래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 들렀다. 요네하라 마리 책 두 권을 사고 튼튼한 마음산책 가방도 받았다. 책은 표지가 조금 더러운 상태. 상관없다. 내 지저분한 가방에 들어가면 새 책이 바로 헌 책된다. 버스를 탔다. 대학로로 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영화 시간을 놓칠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해져서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종로에서 차가 완전 막혀 영화 시간 임박. 이럴 때 유용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씨네코드 선재에 알맞은 시간대가 있었다. 종로에서 내려 인사동까지 걸었다. 배가 너무 고파 옥수수 호떡도 ..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에이프릴 스노우극장에가다 2011. 4. 19. 23:52
영화 한 편 보지 않으면 주말을 보낸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주말이면 꾸역꾸역 집 앞 극장에 가는데, 저번주에는 도저히 근처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티비영화를 봤다.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켜뒀던 형광등을 껐다. 창문은 활짝 열어뒀다. 방 안으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들어왔다. 한겨울 지나 구입한 봄 이불을 꺼내놓고 맥주 한 잔도 투명한 잔에 따랐다. 이윤기 감독의 가 시작됐다. 영화를 본 다음 날, 거짓말처럼 비가 왔다. 영화는 그림 같은 이야기다. 배우들도 그렇고, 영화 속 집도 그렇고, 이 두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다. 여자는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배웅해주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다. 집을 나가겠다고. 돌아오면 맛있는 밥을 먹자는 말처럼 그렇게 툭. 집을 나가겠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
-
라스트 나잇 - 어젯밤 혹은 마지막밤극장에가다 2011. 4. 10. 20:03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곱게 핀 목련꽃이 비로 인해 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영화의 배경은 가을 즈음. 집에 가서 얼른 누워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들어오니 맥주 생각이 났다. 어제 사두고 마시지 못했던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조안나는 어젯밤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꺼냈을까.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멋진 점심을 먹고 돌아와 푹 쉬었을까. 조안나가 어젯밤 일을 고백하고, 마이클도 자신의 어젯밤을 고백했을까. 그래서 어젯밤이 마지막 밤이 되었을까. 누가 더 잘못한 걸까. 욕망을 누르지 못한 쪽이, 욕망은 억제했지만 마음을 키운 쪽이? 우리는 한 사람..
-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극장에가다 2011. 2. 1. 19:06
월요일 휴가였다. 실컷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일어나던 버릇이 있어서 아침에 잠이 깼다. 눈을 감았다, 떴다, 티비를 봤다, 다시 잠이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케이블에서 해 주는 조라이트 감독의 을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이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얼마나 예쁘며, 매튜 맥퍼딘은 백퍼센트 다알시다.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보이는 표정들은 내 마음을 얼마나 설레이게 하는지. 서로를 훔쳐보는 눈빛, 특히 다알시의 간절한 눈빛, 어깨까지 들썩거리는 미세한 두근거림, 그리고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벌판 위에서의 고백. 그 장면도 좋다. 다알시 집에 방문하게 된 엘리자베스. 다알시가 데려다 준다고 하자, 걷는 게 더 좋다며 거절하는 장면. 그러자 다알시가 안다고, 당신이 걷는 걸 더..
-
토일렛 - 나오코 식당극장에가다 2010. 12. 16. 21:20
다음주엔 홍대의 교자집에 갈 거다. 가서 교자랑 아사히 맥주를 마셔줄 거다. Y언니랑 벌써 약속해뒀다. 교자집도 정해뒀다. 웹 검색을 해 보니, 영화 속 교자의 생김새랑 똑같은 곳이 있었다. 신난다. 어제, 광화문에서 을 봤다. 어제 얼마나 추웠는지는 밤에 돌아다닌 사람이면 다 알 터. 극장이 텅텅 비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거의 매진이었다. 작은 극장에 낯선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기가미 나오코의 새 영화를 봤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오코 감독의 영화는 다 보았다. , , , 그리고 이번 . 그 중 이 스토리 라인이 제일 풍부하다.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을 이렇게나 알 수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물론 할머니로 등장하는 나오코 감독의 뮤즈, 모타이 마사코의 사연은 끝까지 알 수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