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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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불혹무대를보다 2017. 4. 15. 10:26
가고 싶긴 한데, 어떤 이유로 망설여질 때 요즘은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영영 못 간다. 3월에는 최백호를 보고 왔다. '부산에 가면'을 정말 많이, 그리고 오래 들었더랬다. 젊은 가수들과도 많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에서 '부산에 가면'을 부르기 전에 영상이 나왔는데, 그 영상에서 최백호가 말했다. 이 노래가 나의 제3의 전성기를 열어줄 거라 확신한다고. 40년간 노래해온 사람은 겸손했다. 나는 젠체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 좋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떠벌리지 않아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빛이 난다. 그는 화려하게 입지 않았다. 단정한 셔츠와 자켓을 차려입고 나왔다.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수가 나올 때마다 허리를 많이 굽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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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포크무대를보다 2016. 2. 10. 19:10
언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S가 그랬다. 우리는 강아솔과 이영훈의 공연을 보고, 금룡통닭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를 마시다 S가 말했다. 언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게 내가 기도하고 있어. 언닌 정말 좋은 사람 만날 거야. S는 내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며 퇴근길에 먹으라며 말랑카우도 여러 개 넣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도 귀엽게 리본을 묶어 넣어줬다. 이런 다정한 아이가 다 있나. S를 위해 나는 올해 꼭!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강아솔과 이영훈은 우리에게 여러 노래들을 들려줬다. 그 중 몇몇 곡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마음에 남아 여러 날 반복해서 듣고 다녔다. 출근길에, 퇴근길에, 일할 때에, 이유없이 길을 걸을 때에. 강아솔은 농담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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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포크무대를보다 2014. 1. 18. 21:24
매진이 된 뒤에 공연 소식을 알았다. 혹시나 해서 대기 댓글을 남겨뒀는데, 하루 전에 연락이 왔다. 원래는 J씨의 청첩장을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는데, 정말 보고 싶었던 공연이어서 양해를 구했다. 요즘 계속 듣고 있는 음반이 강아솔 2집과 이아립 4집. 둘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서 기대했던 공연. 금요일 밤, 홍대의 한 공연장에 혼자 앉아 그녀들의 노래를 차례차례 들었다. 강아솔-시와-이아립-합동무대 순서였다. 강아솔은 노래는 솔직하고 잔잔한데 멘트들은 귀여웠다. 시와는 표정으로 행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이아립은 정말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이번 4집의 노래들은 질리지가 않는다. 그런데 역시 나레이션의 오글거림은 적응이 안 된다. 흐- 흠. 강아솔의 노래들이 특히 좋았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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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굿트립무대를보다 2012. 12. 26. 21:21
휴가가 이틀 남아서 이어서 썼다. 하루는 속초 다녀오는 데 썼고, 하루는 굿트립을 위해 썼다.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친구와 만나 늦은 오후부터 통닭에 맥주를 하고, 노래방도 갔다. 처음 가는 공연장이라 좀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둘다 낮술에 얼큰하게 취해서는 눈길 위를 뒤뚱거리며 걷다가 공연 시작된 뒤 겨우 찾은 공연장. 다행이 출입문 쪽 좌석이었다. 낮게 조용하고, 따듯하게 읊조리는 두 남자의 노래를 가만히 들었던 이천십이년 십이월 이십일일의 굿트립. 주윤하. 커다란 사람이 포근한 가디건을 입고 기타를 치고,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며 노래했다. (못하는 게 뭐예요) 이어폰으로 들을 때보다 더 따뜻했다. 토마스쿡 순서에 공연장 뒤로 머그컵을 들고 이동했는데, 우리를 보고 씩 웃어줬다. 아, 따뜻한 ..